하수(下水) 처리 문제는 제주지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인구 및 관광객, 건축허가 증가 등으로 하수발생량이 급증한 가운데 기존 하수처리시설은 제 기능을 상실하다시피 했다.

 도내 대표적 하수처리시설인 제주시 도두동 소재 제주공공하수처리장은 현재 처리용량이 넘쳐 과부하(過負荷) 상태다. 또 가동을 시작한지 25년이 경과된 노후시설로 수질기준 초과 및 악취발생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행정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제주신화역사공원의 하수 역류 사태까지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제주도가 도두동에 있는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총사업비 3887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1일 13톤에서 22만톤으로 처리용량을 증설하고, 기존 처리시설의 완전 지하화와 공원화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행정부지사가 사업을 총괄하고 상하수도본부장이 단장을 맡아 하수처리장 현대화 추진 종합기획단을 운영한다. 올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행정 5급 등 4명을 추진단에 포함시킨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불만은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는 2025년까지 하수처리 책임을 민간에 전가(轉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하수 전량을 중수도(中水道) 처리하거나, 준공시점을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 내부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르면 1일 30t 이상 하수가 발생하는 건축 개발은 하수를 배출하지 않는 조건부로 인·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특히 30t이 넘는 경우는 유량조정조 설치를 유도해 유입하수의 유량과 수질의 변동을 균등화할 방침이다.

 제주도의 이 같은 기준에 맞추려면 사업자는 중수도 처리시설에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더 들여야 한다. 이는 건축 개발 비용 증가와 함께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수처리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제주도는 이미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도 안일한 행정으로 일관했던 도가 이제 와서 하수처리의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극치라 할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지역 경제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건설경기는 극도의 침체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하수처리까지 도맡아 하라는 것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나, 모든 책임을 도민에게 전가하는 이번 방침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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