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철학자분이며 필자도 존경해 마지 않는 유명한 교수가 암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 분 말씀 요지는 삶과 죽음이 손등과 손바닥같은  철학적으로는 같은 의미이므로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희 일반인보다는 좀더  높은 경지의 철학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이라서 필자와 같은 의학만 전공하는 의사로서는  그 교수의 의견에 대해 비평을 할 자격이 없다.  

다만 암치료 전문의로서 일반 암 환자들이 교수의 의견을 좇아서 치료를 하지 않을 까봐 걱정이 돼  암치료를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암치료는 애초부터 교수가 말하는 죽음과 상관이 없다.

암치료를 왜 하냐고 환자분들에게 물어보면 살려고 한다고 하면서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내 얼굴을 빤히 보시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의학적으로는 정확한 답변은 아니다. 

암치료를 해서 암이 다 없어져도  100% 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국내 의학통계상 암 사망은 1위가 아니라 3위 정도다. 

즉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등이 사망원인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다. 다시 말해 암으로 살아도 뇌혈관 질환이나 심장질환 등으로 사망한다. 교통사고 사망인원이 연1 만명에 이르고 있다.  암치료를 잘하더라고 인간은 다른 질환이나 사고로 사망한다. 

그래서 암 치료의 목적이 생명을 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암으로 죽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죽으려고 하는 것이다.

 왜 암으로 죽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죽으려고 하는 것은 암으로 죽으면 인간답게 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암으로 죽을 때 중요한 인간으로서 기능 상실을 동반하고 총 맞은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고 고통 중에 죽기 때문이다. 

즉 암치료를 하는 이유는 인간답게 죽으려고 하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이야기 해서 죽을 때 잘 죽으려고 하는 것이다.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살아 있을 때 잘 살려고 암치료를 받는 것이다. 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암이 악화돼 정상적인 삶을 영위 할 수가 없다.

물론 유명한 철학자이고 교수가 말한 것 처럼 일반인들도 죽음에 연연해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죽음이 목전에  왔을 때 그 고통과 짐승같은 일반인들의 몸부림을 수없이 본 암치료 전문의로서는 교수의 의견에 동의 할 수 없다.

교수가 만난 죽음의 수 보다  수만배 더 많이 암환자의 죽음을 경험한 필자로서  암으로 인한 죽음의 고통은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는 의료 현실상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으며, 본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진료와 고통이 수반된다. 

지금은 인간다운 정상적 기능이 있어서 교수의 마음대로 행동하지만 죽음이 가까이 오면 교수의 지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교수의 의사결정과 상관없이 교수가 싫어해도 무의미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되고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 그 고통과 짐승 같은 최후를 맞을 수 있게 된다. 

교수에게 치료 거부를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교수님의 의견을 찬동하는 일반 암 환자들도 교수와 같이 치료 거부를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이런 생각에 대해 재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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