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전, 항공사 아사아나가 항공사를 창설할 때다. 아시아나는 유일한 기존 국적기인 대한한공을 견제하며 치열한 항공업계 싸움에 다리를 놨다.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받기 위한 양 항공사간의 경쟁은 마치 미국 서부 OK목장의 혈투 같았다. 딴지를 건 것은 아시아나 였다.

이 항공업체는 우선 신문 광고 경쟁으로 불을 놨다. 까막눈도 알아볼 정도로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할 당시만큼 크나큰 활자로 “헌 비행기를 타시겠습니가. 새 항공기를 타시겠습니까”로 신문 광고면을 도배했다.

아사아나는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 한 면 전체에 걸쳐 막대한 홍보비를 투입했다. 그 기간도 3개월 정도로 생각된다.

새로 탄생한 아시아나는 도입한 항공기 기령(機齡)이 얼마 안된 신형이 많아 노후 기종이 많은 대한항공과는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대한항공은 오랜 안전운항을 내걸며 이에 맞섰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의 승리였다. 이름도 생소한 이 항공업체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했으며 그 결과는 아시아나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급증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요즘엔 저가항공사 숫자가 늘어 항공기 회사가 10여개가 넘친다. 항공사끼리 승객확보를 위한 이전투구식 경쟁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제주 항공에는 5분쯤 간격으로 뜨고 내리는 바람에 하늘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이런 와중에 한 항공사 기장이 술을 마신채 비행기를 몰려다 적발됐다는 얘기가 들려 충격을 준다.

진에어 조종사가 비행 직전 실시한 음주단속에서 적발돼 자격정지 90일 처분을 받았다. 이 조종사는 전날 밤 지인 3명과 소주 8병을 나눠마시고 이른 아침 비행에 나서려다가 국토교통부의 음주단속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날 청주에 도착한 뒤 오후 7시부터 11시 20분까지 지인 3명과 2차에 걸쳐 소주 8병을 나눠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이 없었다면, 오전 7시 25분 출발편 기장으로 배정된 A씨가 조종석에 앉아 위험한 ‘음주 비행’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생각만해도 끔직하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과음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당시 제대로 측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안전감독관이 음주측정기 조작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측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승객의 생명을 쥔 기장과 기장의 음주상태를 적발하는 국토부 안전감독관이 제대로 된 음주축정검사능력이 없다는 건 저 멀리 아프리카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 한 이야기이다.

국토부는 경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종의 음주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2가지 모드(Mode)를 지원한다. 보통 처음에는 ‘통과(Pass)/불가(Fail)’ 식으로 측정되는 ‘P모드’로 단속을 하고, 음주 반응이 있으면 ‘A모드’(정밀모드)로 전환해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데, 기계 작동법을 잘 몰라 A모드로 측정하지 못한 것이다.

제주항공 정비사도 최근 제주국제공항에 있는 제주항공 정비사무실에서 실시한 국토부 음주단속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34%로 걸려 적발됐다. 이 또한 큰 문제다. 정비사는 항공기 출발전 각종 항공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지 여부를 판별하는 중차대한 자리다. 정비사의 싸인 없이는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한다. 그만큼 중차대한 자리다.

이러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다름아니다는 게  항공전문가들이 주장이다. 이번 적발된 기장이나 정비사들은 재수 없어서 어쩌다 적발된 것이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 때문에 기내 승선하기 전 기장들은 음주운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다.

비행기 말고도 대중교통을 책임지는 고속철(전철 포함) 운전자, 대중버스 운전자, 여객선 선장들도 항공기와 비슷하게 준칙(準則) 마련도 검토할 시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국민 모두의 안전에 좌우되는 고귀한 직책을 맡고 있다는, 중차대한 사명감과 직업관을 지녀야 한다는 게다. 이에 걸 맡게 상응하는 적정한 보수도 뒤따라야 함은 불문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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