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로마지구 평범한 삶의 궤적을 시적인 은유로 그려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흑백영화 '로마'(Roma)와 18세기 영국 앤 여왕을 둘러싼 왕실 여자들의 색다른 코미디 '더 페이버릿'(The Favourite)이 2019 아카데미상(오스카) 최다인 10개 부문 후보에 각각 올랐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출연한 스타탄생 리메이크작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이 8개 부문, 할리우드 흑인 파워를 입증한 '블랙 팬서'(Black Panther)가 7개 부문 후보로 각각 선정돼 뒤를 이었다.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최종후보에 도전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2일(현지시간)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최종후보작을 선정해 이같이 발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 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 후보로는 '로마', '더 페이버릿', '스타 이즈 본', '블랙 팬서'에다 천재 뮤지션의 미 남부투어 로드무비 '그린 북'(Green Book), 인종차별을 다룬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BlacKkKlansman), 그룹 퀸 리더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소재로 한 록뮤지컬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전기 풍자극 '바이스'(Vice) 등 8편이 올랐다.

'로마'는 넷플릭스 투자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블랙 팬서'는 슈퍼히어로 무비로는 최초로 각각 오스카 작품상 후보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로마'의 대약진을 높이 평가하며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마침내 아카데미의 뚜껑을 열어젖혔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스크린 중심의 관행과는 다른 영화제작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6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보헤미안 랩소디'는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감독상 후보로는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콜드 워'의 파웰 폴리코우스키, '더 페이버릿'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바이스'의 애덤 맥케이가 올랐다.

남우주연상을 놓고는 '바이스'의 크리스천 베일, '스타 이즈 본'의 브래들리 쿠퍼,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 등이 경합하고, 여우주연상에는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맨,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스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베테랑 여배우 글렌 클로스는 '7전 8기'로 여우주연상에 도전한다.

레이디 가가는 '스타 이즈 본'에 삽입된 히트곡 '쉘로우'(Shallow)로 주제가상 후보로도 명함을 내밀었다.

'로마'는 작품·감독·여우주연·여우조연·각본상 등 주요부문 후보로 등재됐다.

'더 페이버릿'의 레이첼 와이즈와 엠마 스톤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나란히 올랐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 후보작품 중에는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흥행작들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디즈니 마블 작품인 '블랙 팬서'가 대표적이다.

아카데미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에 매달리지 않고 대중적인 지향성을 쫓았다는 평도 나왔다.

감독상 후보에서 '블랙 팬서'의 라이언 쿠글러가 빠진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또 올 아시안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단 한 개 부문도 후보에 오르지 못해 이번 노미네이션에서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작년에는 '셰이프 오브 워터'가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노미네이션을 주도했으나 올해는 여러 작품이 경합하는 양상을 띠었다.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는 '가버나움'(레바논)', '콜드 워'(폴란드), '네버 룩 어웨이'(독일), '로마'(멕시코), '어느 가족'(일본) 등 5편이 선정됐다.

'버닝'은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 10편에 포함됐으나 최종후보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시각효과상 예비후보에는 들었으나 최종후보 5편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옥자'는 넷플릭스 투자 작품이어서 한국영화는 아니다.

'버닝'은 앞서 LA영화비평가협회, 토론토영화비평가협회, 프랑스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각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영화제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아카데미상 최종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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