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만 19세 주민이 관내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도서를 대출하면 2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명분으로 현금성 지원금을 주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다. 성남시는 전임 이재명 시장 당시부터 3대 무상복지(청년 배당, 산후조리비 지원, 무상 교복)로 대표되는 각종 현금 지원 방식의 복지 시책을 도입해 '복지 포퓰리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성남시장에 이어 경기도지사에도 당선됐다

 성남시의회는 최근 은수미 성남시장이 제출한 '도서관 운영 및 독서문화 진흥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안은 만 19세 이상 주민이 성남지역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도서를 대출하면 2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가뜩이나 독서인구가 세계 최저권에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 제도를 통해서만이라도 독서인구를 넓혀가는 면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하필 선거권을 갖는 만 19세 이상의 청소년에게 현금살포 식으로 예산을 쓰는 건 썩 마뜩치 않다.

 작년 11월 발간된 성남시 공공도서관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이 가장 저조한 나이는 14~16세로 나와있다. 이런 저 독서층은 외면한 채 선거권을 갖는 19세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것은 정치적 비린내가 나고 시선도  곱지 않다.

 성남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선심성 공짜정책을 제일 먼저, 그리고 많이 누리는 곳이다. 몇 예로 성남시는 이재명 시장 재임 당시 만 24세 청년에게 재산·소득·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연간 1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청년 배당을 도입했다. 산모에게는 50만원의 산후조리 지원금을 지급하고, 중학교 신입생에게 교복 구입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시행했다. 이 같은 정책은 이 시장이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불길 번지듯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는 ‘긴급복지 지원사업’이란 명목으로 자살 시도자나 유가족 등 자살 고위험 군(群)을 지원하는 복지예산 정책을 곧 마련할 방침이다. 제주도에도 무상복지가 여기 불쑥 저기 불쑥 튀어나온다. 몇 예를 들면 올 해부터 만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교통편익을 위해 ‘무상 행복택시’사업을 펴고있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읍.면 지역 거주 어르신에게만 적용됐던 이 제도는 1인 당 7000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작년 12월 한달 이용객은 2만8300여건이다. 올해부터 동(洞) 지역까지 무상택시가 실시됨으로서 이용객과 예산은 급증할 건 불문가지다. 제주도교육청도 무상 교복 무상급식 무상 등록금 등 공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각종 ‘무상’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염출된다. 내가 낸 세금이 허투루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상도(相到)하면 세금 내는 게 착잡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무상복지 정책의 뒷면에는 생계에 허우적거리며 세금을 못내는 우리 이웃의 음습한 눈물이 촘촘히 배어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 상반기부터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안면·부비동(콧구멍이 인접해 있는 뼈 속 공간)·목 등을 검사할 때 환자가 내는 금액을 올해에 대폭 줄이기로 했다. MRI 검사 비용은 평균 66만6000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 부담이 4분의 1로 대폭 줄어든다. 문제는 재정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30조원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당장 건강보험료를 올린 후 그래도 재정적자가 생기면 세금으로 메꾼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선거에선 '공짜'가 이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선거치를 때마다 새로운 무상 복지가 추가되는 게 공식처럼 됐다. 기초연금,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 아동수당 등이 최근 몇 년 새 이렇게 도입됐다. 앞으로 청소년수당, 무상 학용품, 무상 참고서, 무상 버스 등도 곧 등장할 것이다. 현 세대 유권자들에게 뿌리는 공짜는, 미래 세대의 등에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다. 모두가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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