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컨설턴트로서 금융상담을 해보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보험이다. 다양한 보험을 가입하여 매월 보험료를 내고 있거나 만기된 보험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보험가입 내역을 살펴보면 불필요하게 가입된 중복된 보험도 있고 매월 소득 대비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소득이 많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가입한 보험으로 인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보험은 매우 복잡한 상품이기도 하고 미래의 예상치 못한 일을 대비하는 금융상품이기에 섣불리 어떻게 하라고 말하기에 곤란한 점도 있다.

  보험으로 미래의 나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다양한 위험을 대비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보험없이 살고 싶다면 자신의 선택이기에 그렇게 살 수 있지만 싼 보험료을 내고 미래의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위험 대비를 위해 보험료를 얼마만큼 내는 것이 나에게 적정한가의 문제만 남는다.

  보험전문가 또는 보험설계사에게 물어보면 매월 소득의 10% 정도를 보험료로 내는 것이 적정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판매자가 구매자 소득의 10%는 내 물건을 사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양한 보험가입자가 있기에 보험료로 얼마가 적정한지에 대해 정답이 없는 것이 맞겠지만 보험설계사들이 말하는 매월 소득의 10%가 적정수준인지 생각해 보자.

  보험은 만일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보험료를 내고 위험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고 발생하지 않으면 위험이 발생한 사람에게 돈을 모두 몰아주는 상품이다. 나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위험이 닥친 사람에게 돈을 기부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보험사고는 확률로서 계산되어 있고 그 사고가 나에게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기에 보험은 나를 위한 상품이 될 가능성보다는 타인을 위한 상품일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은 상품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보험가입 후 한번도 아프거나 다치지 않은 사람, 설사 다쳤다고 하더라도 지불한 보험료보다 받은 보험금이 더 작은 경우 보험은 불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험의 기본 개념에 기초하여 생각해 본다면 내가 보험료를 매월 얼마 정도 내는 것이 적정한 수준인가에 대해 판단해 볼 수 있는데 “내가 한 달에 타인을 위해 기부해도 아깝지 않는 금액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한 답이 자신의 매월 적정 보험료가 된다. 보험은 곧 기부라고 생각하면 쉽게 자신만의 매월 보험료를 결정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 매월 소득의 10%가 적정 수준의 보험료가 된다면 발생하는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로 소득이 많지 않는 사람은 보험료로 쓸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만일의 위험을 위해 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 보험가입 때는 소득이 있어 보험을 몇 년 유지하고 있더라고 약간의 소득 감소 또는 실직 등으로 보험료 낼 돈이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저소득층일수록 보험 중도해약 비율이 높다) 두 번째 소득이 많은 사람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같이 상승하여 불필요한 보험까지 가입하거나 비싼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더 잘 대처할 수 있기에 보험의 필요성은 점점 감소하기에 5% 정도의 보험료로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

  보험전문가가 고객(?)을 위해 소득의 10%라는 기준을 제안해 주었기에 맞다고 생각되겠지만 달리보면 물건을 파는 사람이 물건을 살 사람에게 매월 들어오는 돈의 10%는 내 물건을 사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보험전문가를 믿고 보험을 통해 많은 위험을 대비하고 싶기에 매월 10% 보험료를(또는 그 이상) 내는 것이 별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한번쯤은 누군가가 정해준 기준이 정말 나에게도 맞는지 고민을 해 보자. 어쩌면 20% 또는 5%가 나에게는 더 적정한 보험료 수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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