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이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생존 수형인 18명이 지난 1월17일 재심(再審) 재판에서 ‘사실상 무죄(공소기각)’ 판결을 받은데 이어, 이들에 대한 범죄기록도 마침내 삭제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달 1일자로 18명의 생존 수형인에 대한 재판 결과 내용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범죄기록 삭제로 풀이된다. 70년의 세월을 거쳐 비록 만시지탄이지만 ‘빨갱이’ 등으로 낙인(烙印) 찍혔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제주지사는 “그토록 바라셨던 ‘죄 없는 사람’이라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며 “70년 동안 감내했던 고통과 한(恨)을 한 순간에 풀 수는 없으나 ‘지연된 정의’가 실현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4·3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등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인 ‘4·3의 완전한 해결’이 곧 역사 바로 세우기”라며 “제주도정은 온 도민과 함께 4·3특별법 개정을 비롯해 생존 희생자 및 고령 유족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앞으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생존희생자 및 유족 복지지원 강화 △4·3길 최초 개통 및 6곳 추가 조성 △4·3유적지 최초 국가 등록문화재 등록 △4·3 희생자 및 유족 대상 추가 신고 △4·3 행방불명인에 대한 8년 만의 유해 발굴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도는 4·3특별법 개정을 통한 명예회복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 절충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또 4·3 생존희생자 및 고령 유족들의 생활보조비 지원 등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더욱 확대해서 생활의 안정화도 도모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재심 판결로 사실상의 무죄를 선고받고 범죄기록 삭제 등 명예회복 단계에 이르게 된 이는 고작 18명에 불과하다. 그 외 나머지 사람들(수형인 명부엔 총 2530명 기록) 중 상당수는 옥사(獄死) 및 총살당하거나 행방불명됐다. 현재 생존해 있는 수형인들도 다시 재판을 받아야만 지난 70여년의 한을 풀고 명예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가장 빠른 길(捷徑)은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하게 통과시키는 것이다. 제주도와 도의회를 비롯 지역의 국회의원 등 범도민적 역량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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