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2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당시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한참 고개를 숙였다가 털썩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브란트 총리는 이 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만행을 온몸으로 사죄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바르샤바에서는 유대인들이 나치에 맞서 봉기했다가 5만6천명이 학살당했다.
 그가 무릎 꿇었을 때, 세상은 '무릎 꿇은 것은 총리 한 명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이었다'며 세계 유수의 언론은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서독의 보수·우익 세력들은 이런 행위를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참혹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독일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을 담아 반성을 함으로서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나치 패망 후 가해자 독일은 적극적 반성과 함께 배상에도 나섰다. 1952년 룩셈부르크 협정에 의거해 2012년까지 60년간 약 700억유로(약 92조6500억원)를 이스라엘 정부와 개인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전쟁 범죄에 대한 독일의 사죄는 그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의 종전 100주년인 지난해에도 전범국 독일은 사죄의 마음을 표현했다. 2차 대전 나치가 패망한 이후 독일 정부는 전범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전범자들의 나이가 80-90세가 되어도 끝까지 색출해 감방으로 보내 법정에 세워 극형에 처하도록 했다. 부끄러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독일이 막대한 물적 배상을 감수함은 물론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을 제정하고 지키는 이유는 뭘까? 모두가 '기억'을 위해서다. 불편한 역사를 어물쩍 넘길 경우 다음 세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기도 하다. 피해자 유대인들보다 가해자인 독일인들이 더 절박하게 역사를 기억하는 이유다. 침략을 한 독일, 그들은 곳곳에서 자신들의 침략역사를 시민. 관광객에게 알리고 있다. 부럽다. 
 독일과 같은 전범국가인 우리의 이웃 일본은 어떤가. 독일과는 극과 극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는 요즘 위안부 문제가 크게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들이 자신들의 의도에 따라 경제적 필요에 의해 전장에 나갔을 뿐이라고 우기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황망한 일들이 우리 이웃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36년간 침략의 만행을 저지른 것에 대한 사과는커녕 연약한 위안부들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찔러도 일본은 사과는 물론 모두 끝난 문제라고 꼬리를 내린다. 고약한 이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양심 지식인들이 양심선언을 해 눈길을 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한·일간의 상호이해, 상호부조(扶助)의 길로 나아가자.”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본의 지식인 226명은 7일 기자회견·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에 현재 한·일 간의 비정상적인 대립과 긴장 관계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야말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이런 정신에 입각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일본의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등 3당 연립내각을 이끌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태평양전쟁 패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것이다. 당시 담화는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아시아 제국(諸國)의 국민”에게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음을 인정하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밝혔다.
 현 아베 총리는 이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과연 일본 정치권의 양심은 있기라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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