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제주영리병원 문제가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녹지병원 측은 14일 제주특별자치도를 대상으로 ‘내국인 진료제한조건’을 철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행정소송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국내에 영리병원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2년 외국자본투자 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면서다. 당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면 외국자본에 한해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됐다.

 이후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이 가시화됐으나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다. 2007년엔 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내자본 투자가 가능해졌다. 또 2015년 외국인면허 소지 의사 영업비율 10% 이상 확보조항이 삭제되면서 영리병원 문턱은 한결 낮아졌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외국 투자자들이 영리병원 설립에 큰 관심을 갖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 부동산 회사인 녹지그룹이 본격적으로 영리병원 건립을 추진해 201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까지 받았다.

 하지만 영리병원 문제는 의료공공성 약화 등을 내세운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진통을 거듭해왔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가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의료관광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겠다며 지난해 12월 녹지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전격 허가했다.

 그 기저엔 관광객 감소와 악화일로에 있는 경제상황이 자리잡고 있으나, 공론화 결과마저 외면한 제주도의 독단에 도민을 포함한 반대 측의 여론은 싸늘해졌다. 여기에 녹지그룹이 “허가조건에 진료대상자를 외국인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엎친데 덮친격이 돼버렸다.

 제주도는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 승인 당시 녹지그룹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엔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사업방향이 명시되어 있다며 소송전에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위 결정 외면으로 ‘우군’을 잃은 데다,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더라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려 소송전의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녹지영리병원은 늦어도 3월 4일부터 개원한 후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 기간 내 병원을 개원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제주도)는 청문절차를 거쳐 의료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가 있지만 도가 이런 강수를 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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