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부산서 최종면접때 갑작스런 변경…지원자들 ‘망연자실’

道 원칙론 내세우며 무반응…이번 사태 관련 확실한 입장 밝혀야

제주항공이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제주항공이 경력직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부산으로 공고했던 근무지를 최종면접일에 돌연 대구로 변경한 사실때문에 ‘채용 갑질’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14일 경력직 객실승무원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접수했다.

홈페이지 등에 올라온 공고문은 ‘부산/무안 Base(기반) 경력 객실승무원 채용공고’다. 근무지는 ‘무안’과 ‘부산’이 구분돼 있고 근무지가 부산인 경우 우대사항으로 ‘대구공항 출퇴근 가능자’가 추가됐다.

하지만 최종면접을 앞두고 부산 근무지가 대구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최종면접에 참여한 한 지원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종면접에 갔더니 출석체크를 한 뒤 면접 안내자가 ‘부득이하게 베이스(Base)를 변경하게 됐다’고 했다. 대구발 노선을 확장하면서 이번 경력직을 부산이 아닌 대구로 배정할 예정이라며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지원자는 “부산에서 출퇴근으로 대구를 커버하는 게 더 복잡해지는 일이라 대구 베이스로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원자는 “최종면접 당일 제주항공이 근무지를 대구·무안으로 변경했다고 통보했다”며 “이 사실을 알았다면 지원서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이 같은 공지를 전해 듣고 면접장을 나간 지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채용이 경력직 선발인 만큼 지원자 상당수가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휴가를 내거나 외국에서 귀국해 면접을 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지원자는 “베이스를 바꿨으면 대구 베이스로 새로 채용공고를 내야지, 외국에서 어렵게 시간 내서 비행기 타고 면접 보러 간 사람도 있을 텐데, 면접 당일에 갑자기 근무지 바꾸는 갑질은 처음 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면접에서 근무지가 대구로 변경된단 내용을 공지한 것은 맞다”면서 “신체검사를 앞둔 예비합격자를 대상으로 부산과 대구 중 본인이 원하는 근무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는 대구 근무를 희망하고 있다”며 “최종 합격 시 희망 근무지에 배정할 계획이지만, 일각의 지적처럼 `대구 근무가 어렵다`고 답한 지원자를 탈락시켰단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의 책임론과 제주청년 고용문제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주매일 특별취재반은 “제주도는 제주항공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다. 주주인 만큼 적극적인 주권 행사를 해야 하는데 도는 인사권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론만 내세우며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주도는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제주항공 갑질 논란으로 청정 브랜드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제주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며 “이는 제주도민의 위상과 주권을 무시한 것이고 이와 관련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제주청년 고용문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별취재반은 “제주항공은 승무원 등을 채용하는데 왜 전국 공모를 통해 이들을 선발하는지 모르겠다”며 “제주에 근간을 둔 기업이라면 제주청년 고용을 우선시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 출자를 통해 기업 성장이란 혜택을 봤으면 이를 제주에 환원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제주도민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것은 물론 채용 규모면에서 일정 할당량을 정해 진정 도민을 위한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지난 2006년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라는 대형 항공사가 시장을 지배하며 제주도민의 비행기 티켓 가격에 대한 부담때문에 제주도민의 이동권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제주항공의 지분현황을 살펴보면, AK홀딩스 56.93%, 제주특별자치도 7.75%, 애경유지공업 1.74% 등이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