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 국가 상대로 53억원 형사보상 청구

법원 판단 따라 액수는 줄어들 듯…4월엔 국가배상청구소송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지난 22일 국가를 상대로 53억원 규모의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지난달 불법 군사재판 재심소송 결과 공소기각 판정을 받은 뒤 무죄 확정 피고인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형사보상금은 구금 종류·기간, 구금 기간에 입은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고통, 신체 손상 등을 두루 고려해 산정하며,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최대 14억7천427만4천원, 최저 청구금액은 8천37만8천원이다.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2019년 1월 기준 최저시급에 하루 8시간을 적용해 각자 수감생활을 한 날짜를 곱한 수치다. 

이 청구금액은 수형인들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상당 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형사보상금 지급 결정까지는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소송을 돕고 있는 양동윤 제주4·3 도민연대 대표는 "형사보상소송이 마무리되면 오는 4월 중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이와 별개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나머지 4·3 생존 수형인 13명 중 소송이 가능한 6∼7명을 모아 '불법 군사재판 재심' 소송을 연내에 법원에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3 수형인들은 이날 이외에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자신의 재판 판결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오는 3월 4일부터 2020년 3월 3일까지 1년간 게재할 것을 제주지방검찰청에 청구하기도 했다.

 제주 4·3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발단으로 이념갈등 및 무력충돌 과정에서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이다. 더군다나 당시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1948년 12월에는 구 형법 제77조(내란죄)를 적용해 12차례 재판이 진행됐고, 1949년 6월에는 국방경비대법 제32·33조를 적용해 10차례 열렸다. 이 재판을 통해 사형 384명, 무기 305명, 나머지는 금고형을 포함해 징역 1~20년을 선고받았다.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제주도민은 253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형무소에서 학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살았으나, 2000년 4·3 특별법 공표 이후 본격적으로 그들의 명예회복이 시작됐다. 

이후 2017년 4월 그들은 정식재판을 받아 명예를 회복하고자 재심을 청구했으며, 지난 달 17일 무죄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받고자 형사보상청구서를 제출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형사보상청구 결정이 내려지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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