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내심이 비쳐 오늘 같이 내려올 수 없는 아픔.. 그대 그리움으로 남는다"
봄의 부드러운 입김으로 피어나는 진달래처럼 수줍게 속내를 드러내며 딱딱하다고 여겨지는 시 세계의 빗장을 소리 없이 여는 고병용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비치미오름에 핀 겨울 들꽃' 이 출간됐다.

자연과 벗하며 오랫동안 농사에만 전념한 전원시인이자 제주 토박이 시인인 고씨는 이번 시집을 통해 억새꽃, 산노루, 철쭉꽃 등 제주자연을 소재로 해안가 조약돌이 도란도란 얘기를 걸어오듯이 독자들의 마음을 가만히 두드린다.

이번 시집에는 '가을 들녘', '당오름', '혼자 사는 억새', '산속의 집' 등 고독과 그리움의 감성이 녹아든 시와 '산노루', '들녘에 나가면', '억새꽃 들녘', '향수', '틀녘', '유채꽃 필 때면', '눈 오는 날' 등 고향 회귀의 정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들이 수록돼있다. 또 시인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 4·3 항쟁의 아픔을 '편지', '억새꽃 강물 소리', '성불오름에서', '철쭉꽃' 등을 통해 토해내고 있다.

1991년 '동양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고씨는 현재 한국문인협회 및 제주문인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억새꽃의 춤' 외 3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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