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건강문제 불구 재도전에 반감…대규모 집회·총파업 맞서
부테플리카 대통령, 평화시위 칭찬…일부 "절반의 승리" 반발

지난 8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AFP=연합뉴스]
지난 8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AFP=연합뉴스]

 

고령과 건강 문제에도 5선에 도전하려던 알제리 대통령의 계획이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좌절됐다.

82세인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알제리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국민 발표문을 통해 자신의 "5번째 임기는 없을 것"이라며 "4월 18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번 발표가 "나에게 수없이 가해지던 거절하기 힘든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러한 표현 방법을 선택한 많은 사람의 (시위) 동기를 이해한다"며 알제리인들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알제리에서는 지난 8일 약 5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집회 참가자는 대체로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평화롭게 자신들의 주장을 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와 함께 향후 정국 운영 계획도 밝혔다.

독립적인 대통령위원회의 지휘 아래 정부가 국민회의(national conference)를 구성하고, 국민회의가 올해 말까지 운영되면서 독립적으로 대선일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번 발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이유로 스위스 제네바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전날 오후 2주 만에 급거 귀국한 뒤 나왔다.

그의 입장 발표 후 아흐메드 우야히아 총리는 사임했고, 내무장관인 누레딘 베두이가 후임자로 임명됐다.

대통령의 불출마 선언이 나온 뒤 수 주간 시위를 벌여온 알제리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또 차량을 몰던 이들은 경적을 울리며 기쁨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절반의 승리"라며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청년단체 관계자인 야스민 부케네는 가디언에 "작은 전투의 승리"라며 대통령이 1년을 더 원하고 마음대로 하는 만큼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라우프 파라흐도 "부테플리카는 어떤 확약이나 일정표도 없이 국민의회의 활동이 종료될 때까지 권력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그가 구세주를 자처하면서 승리를 훔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1999년 취임한 뒤 5년씩 4차례나 이어 집권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고령과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왔다. 그는 2013년 뇌졸중 증세를 보인 뒤 휠체어에 의지한 생활을 하면서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알제리에서는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3주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며 특히 지난 8일 수도 알제의 집회는 약 30년 만에 최대 규모로 평가됐다.

국민들의 저항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알제리에서 새로운 주가 시작하는 날이며 부테플리가 대통령이 귀국한 지난 10일부터는 5일간의 총파업이 시작됐다. 이날 프랑스에서도 지지 시위가 열렸다.

알제리 전역에서 상점이 철시하고 대중교통은 멈춰 섰으며,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노동자들도 거리로 몰려나왔다. 특히 알제리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에너지부문의 일부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부테플리카 정권을 압박했다.

50년 이상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 민족해방전선(FLN)의 일부 의원은 탈당해 시위대에 합류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990년대 약 10년의 내전을 치른 알제리에서 평화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로 흐른다는 비판과 함께 부패 논란에도 휘말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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