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인 기자(문화부)
박세인 기자(문화부)

"죄송합니다. 들불축제 사업계획서는 내부문서라서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8일 오후 6시경,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화 한통을 받았다. 요 몇 시간 전에 제주시청 관광진흥과에 요청한 ‘제주들불축제 2018년, 2019년도 사업계획서’를 보내줄 수 없다는 전화였다. 제주들불축제 사업계획서를 요청한건 9일 제주들불축제 취재 전 사업계획서에 나온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체크를 통해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축제 평가 시 근 2년간을 서울문화재단 축제지원센터에서 축제 시작 전 사업계획서를 받아 읽고 분석 후 가기 때문에 축제를 가기 전 당연히 사업계획서를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업계획서는 예산안을 이렇게 이렇게 쓰겠다’가 포인트였다. 그런데 웬걸, 시는 “안된다”였다.

이유는 들불축제 사업계획서는 내부 자료이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국제도시를 표방, 그리고 싱가포르를 비즈니스 모델링 삼는 제주도는 ‘행정정보공개’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싱가포르 행정 시스템의 기반을 만든 리콴유 전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 클린과 그린 정책, 싱가포르를 완전 개방하는 등의 공유 와 깨끗이라는 모드로 정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제주도는 무엇을 표방한단 말인가? 

하루간 지난 9일 제주들불축제를 다녀왔다. 총 4일간의 잔치였다. 9일은 기상악화로 인해 당일 급히 한 시간 빨리 메인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다음 날 행사는 취소됐다. 9일 축제를 방문해 축제 관계자들과 잠시 이야기 나눈 결과 그 전날 방문객은 별로 없었고 메인 행사인 불태우는 날 많이 온단다. 이것은 예산 낭비의 표본행정이다.

레지스탕스(저항) 출신 스테판 에셀이 쓴 <분노하라>에서 그는 젊은 청년들에게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라고 전한다.

제주시, 제주도는 예산을 어느 곳에 어떻게 쓰는지 도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민생 예산인지 정부와 국회에 묻고 싶다. 그리고 이 말이 생각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내 세금 어디 가쑤강(어디 갔습니까의 제주 표준어)?”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