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종달리편]
일출봉 가기전 기거하는 곳
군데군데 문화기획 스민 곳
마을엔 소소한 이야기 한가득

제주시내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동녘 끝에 위치한 종달리 야경.

지미봉이 있는 마을, 제주시내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동녘 끝에 위치한 마을, 동쪽에 우도면이 있는 마을.
여행자에겐 성산일출봉을 가기 위한 여정 중 잠시 기거하는 마을이다.
친구의 아버지가 살아가고 있는 마을. 제주도민과 육지인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마을.
그곳에는 주민 자체적 도시재생이 아닌 문화기획이 스며들어있었다. 

종달리 마을지도 [지도 달집]

한 마디로 종달리는 문화마을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그곳은 주민들의 자생적인 문화마을로 소소한 문화기획들이 군데군데 꽃피워가고 있다. 문화기획이라 하면 따로 교육과정을 거치거나 또는 문화콘텐츠학과를 나오는 사람들, 이른바 배운 사람들이 뭔가 있어보이는 걸 하는 거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종달리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뿜는 것들이 문화기획의 소산물처럼 널리 퍼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종달리는 그 자체가 문화마을임을 알 수 있다.

종달리를 느끼려면 걸어야한다. 자전거도 안 된다. 두 발로 구석구석 언덕도 올라가보고 미로 같은 골목길 속에서 길도 잃어보고 해안선을 따라 걷다 바닷바람에 소리도 질러 봐야한다.

길을 걷다보면 요즘 도시재생 1순위 사업인 벽화를 군데군데 볼 수 있다. 이상하게도 벽화들이 거부감이 없다. 길가다 붙여진 전봇대에 누군가가 쓴 10주년 콘서트 포스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촌스럽다.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무심한 듯 아이처럼 그려낸 포스터다. 그래서일까 ‘내가 언제 크레파스를 만졌더라’라는 상념에 잠긴다. 종달리에서는 색깔이 세 가지를 넘으면 안된다는 패션계의 칼라학 개론 따위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종달리 주민들은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좋아하는지 여기저기 붙여진 수제 동네 지도 역시 그것들로 그려진다. 걷다 종달리의 밥집 혹은 게스트하우스를 가보면 색연필로 각자만의 동네지도를 만들어 동네 리플릿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걸 볼 수 있다.

무심한 듯 걸어 다니다 보면 컨테이너 입구에 그려진 담배 문 청소년의 힙한모습이 보인다.

또 동네 책방과 겸한 만화책 방이 있다길래 찾아간 곳은 ‘뜬금없는’ 만화&책방&소품이라고 쓰여 있다. 얼마나 뜬금없는지 발을 옮기면 주인장은 손님에겐 관심 없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해있다. 문을 나서 걷다보면 하늘 색 페인트와 빨강망토 차차 옷차림을 한 아이 뒤로 ‘도예시선’이라 적힌 상점이 눈에 띈다. 상점 현관문 동네지도에 “바다는 안보여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육지, 내륙도 아닌 곳에서 바다는 안 보인다니 카페를 들어가 보니 주인장은 카드기계가 고장 났다며 우선 드시고 다음에 돈을 주란다. 그냥 제주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니 그는 제주인, 종달인이었다. 왜 이렇게 이름을 붙였냐 했더니만 바다는 안보이지만 다른 건 볼 수 있지않느냐며 웃는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니 제주도민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육지인들이 내려와 운영하는 상점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누군가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마을이다.

마지막으로 걸으며
하루를 묵기 위해 들른 종달리의 게스트하우스. 그곳 벽에는 
‘떠남의 아쉬움과 만남의 설렘이 교차하는 봄날의 플랫폼’이라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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