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구좌읍 송당리 송당본향당서
해안 대신 중산간마을서 거행 독특

19일 오전 7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송당본향당에서 송당마을 영등제가 봉행됐다.
19일 오전 7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송당본향당에서 송당마을 영등제가 봉행됐다.

“괜찮네요. 괜찮아요. 몸이 좀 안 좋았어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19일 오전 7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송당본향당에서는 구슬프지도 그렇다고 흥겹지도 않은 노랫가락과 함께한 위안의 말들이 ‘영등제’에서 오고 갔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송당마을 제 4대 당제 중 두 번째로 열리는 영등제가 열렸다. 영등제는 바람과 풍요의 신인 영등신이 매년 2월이면 제주를 찾아 바다와 땅에 씨앗을 뿌릴 무렵 제주인들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이다. 

이 날 영등제에 온 신제주 연동에 사는 정금례(50)씨는 “영등제에 오기 위해 3일전서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고 향 들어가는 음식도 가리는 게 좋다고 해서 참고 안 먹었다. 수십 년 수백 년 연결되어 내려오는 지점이 신기하다. 육지에서는 누군가 보조도 해줘야 하고 인원도 많아야한다. 그런데 여기는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 제물을 가져와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본인들의 안녕이라던가. 가족들을 위해 오셨다는 게 대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등제에 가족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제를 바쳤던 할머니는 제사지내면 음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돌레떡(맵쌀가루로 만든 떡, 간을 안 한다)과 옥돔구이 찹쌀밥을 먹으라며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먹여줬다. 그러면서 “집에 가져가도 먹을 사람이 없어”라고 털어놨다.

이 날 영등제 굿을 함께한 관계자는 “영등제는 4대 당제가 유명한데 음력 1월 13일 신과세제, 음력 2월 13일 영등제, 음력 7월 13일 마불림제, 음력 10월 13일 시만곡대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 할머니는 열 댓 명이 넘는 자손들의 명부를 화선지에 붓으로 써 고이 접어 가져와 집사에게 내밀었다. 집사는 자손들의 무사 안녕을 점쳤다. 할머니는 이내 집사에게 연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이 날 영등제 굿을 진행했던 이승순(50년생) 집사는 “역사를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을에 와서 왔다 가면 할머니들 마음이 안정됩니다. 믿음감이 생기는 겁니다. 마을에서 중요한건 마을의 어르신들이 편안”이라고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놨다. 

축제인줄 알고 왔다. 방문 전에는 축제 개념으로 다가갔으나 막상 현장을 지켜보니 마을의 조그만 소소한 일상이었다. 우리는 단지 그들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영등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지나가는 관람객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영등제는 이 사람들의 가정에 내가 잠시 발 하나를 들여다 놓을까 말까한 그 느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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