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제주의 최초(最初) 최고(最古) 최고(最高) 부분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는 고고학적 최초의 인류 유적과 역사학적,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처음의 것과 가장 오래된 것, 가장 높은 것 등 많은 부분들이 있다. 제주매일은 기록학적 측면에서 이를 도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아래 제주의 전 분야에서 이를 찾고 보도한다.

 진정한 제주인은 언제부터 시작된걸까. 제주문화유산연구원 고재원 원장은 “제주가 섬으로 분리된 후 진정한 제주인의 시작은 신석기시대 부터”라고 말한다. 그리고 제주의 신석기시대의 서막을 연 곳이 한경면 고산리 유적이다.

▲ 한 농부의 신고로 알려진 고산리유적

 고산리 유적은 1987년 한 농부의 신고로 처음 알려진 후 1991년부터 제주대학교 박물관과 사학과팀에 의해 발굴됐다. 발굴 결과 고산리유적지는 한반도 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석기 시대 초기 유적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최서편에 있는 고산리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이 유적지는 비교적 넓은 평탄지대로 유물의 분포 범위는 15만㎡에 이른다. 

 1999년에는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412호로 지정됐으며 2011년에는 제주시와 사단법인 제주역사문화진흥원에 의해 ‘제주 고산리 유적 정비 복원 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2012년부터 4년에 걸쳐 제주 고산리 유적의 시굴·발굴 조사가 진행돼 지금에 이르렀다. 

▲ 초기신석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적

 최종혁 부경문물연구원 원장은 ‘신석기시대 이른 시기 생업연구’를 통해 신석기 초기의 생활상을 추측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 최종혁 원장은 “신석기 초창기의 경우 제주도에서만 유적이 확인된다”며 “생업형태는 타제석촉과 첨두기가 중심이며 갈돌과 갈판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석기조성으로 보아 수렵활동과 식물채집활동이 주된 생업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타제석촉과 첨두기는 돌로 만든 화살촉과 창촉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갈돌과 갈판은 곡물이나 열매를 가는데 사용한 도구다. 

 특이한 점은 어로활동에 활용하는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패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어로활동은 행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는 점이다.  

▲고산리식토기의 중요성

 고산리유적에서 발견된 가장 중요한 유물은 바로 고산리식토기를 들 수 있다. 제주도에서만 확인되는 신석기 시대 초기의 섬유질 토기다. 가는 식물의 풀과 같은 섬유질의 유기물을 토기 성형시 혼합해 만든 것으로 소성후 유기물은 타 없어지고 그 흔적만이 토기 내외면에 남아있다. 이러한 토기는 제주도내 김녕리유적, 강정동유적, 오등동유적 등지에서 확인돼 1만 2000년에서 8000년 전 고산리 주민의 활동무대가 제주 전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산리식토기와 같은 섬유질토기는 한반도에서는 알려진 바 없는 토기로 동북아 신석기시대 초창기의 고토기(古土器)로 알려져 있다. 이 섬유질토기는 아무르강 하류의 가샤유적과 아무르강 중류의 그로마투하유적 등지에서 확인돼 1만 2000년 전 고산리 수렵채집집단의 이동경로와 정착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이다.

▲ 신석기 시대의 서막을 연 고산리 유적

 고산리 유적의 발견은 공백기로 남아있던 한국신석기문화의 시작을 8000년에서 1만 2000년 전까지 끌어올린 중요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남해안지방 신석기문화의 흐름은 토기를 중심으로 크게 초기, 조기, 전기, 중기, 후기, 말기의 6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초기단계에 해당하는 것은 고산리식토기가 유일하다.

 지난해 열린 한국신석기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강창화 제주고고학연구소 소장은 “고산리선사유적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후기구석기 최말기에서 신석기초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양상과 초기신석기 문화의 성격과 특징을 잘 보여주는 유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중요한 위상을 갖는 고산리유적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제주고고학연구소와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은 합작해 단행본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 신석기시대 초창기 문화의 출현과 전개양상’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될 예정으로 고산리유적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있다. 단행본 출판을 통해 ‘연구성과의 집대성’과 ‘대중적 이해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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