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불법점거·日 외교노력' 부각하며 초등생에 그릇된 인식 주입
한반도 도래인 서술·'한일우호 강화' 삭제…강제동원 주체 안 적어
"러일전쟁 日승리, 아시아인에 독립에 대한 자각과 희망 줬다" 미화
군함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소개…강제동원 장소 사실은 거론 안해

2016년 발행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 붉은 사각형)'로 표기한 일본 역사교과서(오른쪽)와 지리교과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발행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 붉은 사각형)'로 표기한 일본 역사교과서(오른쪽)와 지리교과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문부과학성이 26일 발표한 교과서 검정 결과를 보면 일본 정부가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독도=일본땅'이라는 영토 왜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초등학교 4~6학년 사회과 교과서 9종 모두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기술된 가운데, 관련 내용은 양적으로 크게 늘었고 질적으로도 강도가 세졌다.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출신 도래인(渡來人)이나 조선통신사 등 한일 간 우호적 교류 관련 기술이 줄었다.

임진왜란, 러일전쟁,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등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나 과오는 얼버무리거나 오히려 미화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 "한국이 불법 점거"라며 불법 이미지 심기…자국의 해결 노력 강조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관련 기술은 이미 지난 2014년 검정 과정에서도 두드러졌지만, 올해 검정을 통해서는 이런 주장이 한층 강해진 표현으로 더 풍부해진 시각자료와 함께 담겼다. 

이번에 검정 대상이 된 교과서는 초등학교 3~6학년 각 학년별로 3종씩 12종의 사회과(사회생활, 지리분야, 정치, 일본사, 국제) 교과서다.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이 중 4~6학년 9종 교과서 모두에 들어 있다.

독도 영유권 주장은 5~6학년 교과서에서 특히 강화됐다.

교이쿠(敎育)출판이나 니혼분쿄(日本文敎)출판은 각각 6학년 교과서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의 영토'라는 표현을 썼다가 검정 과정에서 '아동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 '일본의 영토'라는 부분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더 명확한 표현으로 수정했다.

이런 지적은 일본 정부가 지난 2017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지침을 내린 것이 적용된 것이다.    학습지도요령은 "다케시마가 우리나라(일본)의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을 다룰 것"이라고 지시했고, 학습지도요령 학습서는 "다케시마가 불법으로 점거돼 있으며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에 반복해서 항의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입장이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하다는 것을 지도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번에 검정을 거친 교과서에는 '한국의 불법 점거'와 '일본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기술이 크게 늘었다.

도쿄(東京)서적 5학년 교과서에는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기술 외에 "이에 대해 일본이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교이쿠출판 5학년 교과서는 독도를 가리키며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적이 없는 일본 고유의 영토다'고 적었다.

이는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인 초등학생들에게 '한국이 일본에 불법을 자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이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일부 극우 성향 어른들의 혐한(嫌韓) 시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왜곡된 교과서가 어린 학생들의 머리에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지도나 사진 등 시각자료에서도 크게 늘었다.

5~6학년 교과서 6종 중 지도와 사진을 통해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기술한 부분은 3곳에서 5곳으로 늘었다. 6종 교과서 중 독도의 전경 사진을 게재한 교과서는 5종이나 된다.

교이쿠출판 6학년 교과서의 경우 독도의 확대 지도를 별도로 소개하며 동도를 '女島(동도)'로, 서도를 '男島(서도)'로 적으며 일본식 지명을 붙였다.

◇ 과거 한일 교류사 축소하고 침략전쟁은 얼버무리기
과거사에 대해서도 과거의 잘못을 외면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수정주의적 역사관이 대거 반영됐다.

니혼분쿄출판의 교과서에는 이전에는 기술됐던 한반도 출신 도래인에 대한 서술이 삭제됐다.

'커다란 고분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강대한 힘으로 일본을 통일하기 시작한 야마토 조정이 도래인과의 결합도 강화해 정치의 구조를 만들어갔다', '도래인이 대륙으로부터 문화와 기술을 전해줬다', '대불(大佛) 만들기 공사를 지도한 것은 조선반도에서 이주해 온 도래인의 자손으로 뛰어난 기술을 갖고 큰 역할을 했다' 등의 기술이 빠졌다.

이전 교과서에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2002년에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우호를 강화하고 있다'는 기술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우호를 강화하고 있다'는 표현이 사라졌다.

한편으로 과거사에 대해 교묘하게 일본의 책임을 불분명하게 하거나 지워버리는 기술도 눈에 띈다.

교이쿠출판 6학년 교과서는 임진왜란과 관련해 '국내를 통일한 히데요시는 명을 정복하려고 조선에 대군을 보냈다'고 적으며, '침략전쟁'이라는 말 대신 '대군을 보낸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니혼분쿄출판의 6학년 교과서는 러일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에 대해 "구미 제국의 진출과 지배로 고통받는 아시아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독립에 대한 자각과 희망을 주었다"며 미화하기도 했다.

도쿄서적 6학년 교과서는 간토대지진에서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기술하면서도 학살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적지 않았다.

새 교과서들은 강제동원과 관련해서는 '혹독한 조건 하에서 힘든 노동을 하게 됐다'(도쿄서적) 등의 표현으로 간략하게 기술했지만 주체가 누구인지는 얼버무렸다.

교이쿠출판은 이전 교과서에서는 강제동원 정책의 주체를 '정부'로 명기했지만 새 교과서에는 이 부분을 삭제했다.

도쿄서적 교과서는 군함도 사진을 게재하면서 강제 동원은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이를 일본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소개했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언급한 교과서는 니혼분쿄출판의 교과서 1개뿐으로, "전쟁 등으로 아시아의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적도 있었다", "일본에 대해 전쟁 중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지금도 있다" 등의 내용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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