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C&C 국토개발연구소장
백승주 C&C 국토개발연구소장

일본 오키나와는 제주와 너무나 닮은꼴이다. 섬이라는 유사성·특수성 외에도 아픈 역사까지도 닮았다. 공항 입지 환경 또한 제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공항이 바다에 바로 옆에 인접해 있듯 나하국제공항 역시 그렇다.

나하공항은 2013년 현재 국내선 1500만 명, 외국인 100만 명 등 연간 총 1600만 명이 방문하는 일본 5위 규모의 공항이다. 관광객 증가로 항공기 운항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항공기 운항횟수는 14만8000회로 일본 내에서 4번째다. 주 활주로가 1본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하 공항은 매우 혼잡했다.

 나하공항 확장계획은 2002년 오키나와 진흥계획에 의해 추진되기 시작했고,  2014년 1월부터 본격 바다를 매립하여 활주로 1본을 증설하는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활주로 1본 증설을 위하여 매립되는 바다면적은160만㎡로 기존공항 전체 부지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활주로에서 약 1.3km이격시켜, 활주로 1본을 증설하는데 소요되는 총 사업비는 1993억엔(1조9000억원)정도 예정하고 있다. 재원 중 공항확장사업비의 95%는 국비로 하고, 나머지 5%는 지방비로 충당될 예정이다. 공사완료는 2019년12월을 목표하고 있고, 활주로 사용개시는 2020년 3월말로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오키나와가 기존 공항의 확장을 위해서 바다를 매립하게 된 주된 이유는 장시간 동안 관민이 합일하여 더 이상 확장할 곳이 바다밖에 없다는 것을 주민공론화과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활주로에서 1.3km 떨어졌지만, 수심이 5~10m 이내로 매립비용이 적게 예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바닥도 석회암지역이라 지반 침하 위험도 적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항공항 확장사례가 세인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은 우리처럼 관주도 개발,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나 불황타개 또는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소위‘정치적 수단을 동원한 토건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항개발을 서두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참여 제도를 활용하여 주로 주민의 주거환경, 소음 공해 등 환경문제, 재정상황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합일된 대안으로써 바다매립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나하공항 확장사업은 주민의 이익과 안위보전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대안을 합심하여 택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민관은 주민참여 제도를 통해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유적이 있는 인근 섬과 공항부지의 훼손방지 대책 등을 수립했고. 소음피해에서 인접 주민들이 완전히 해방될 수 있도록 기존 활주로에서 이격거리를 최종 결정하였다.

이처럼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거의 7년 동안 공항확장을 위한 조사단계부터 구상단계, 시설계획단계에 이르기까지  행정 일방적으로 공항개발을 밀어 붙인 것이 아니라 주민 주도로 스스로 모든 것을 검토하여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행정은 공항확장을 위한 계획단계 시점인 2002년부터 본격공사에 착공 시점인 20014년까지 지속적으로 주민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제주상황은 어떤가? 주민공론화는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관주도로 주민과의 소통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로 가장 바람직해 보이는 기존 제주공항의 확장 등 여러 대안들은 아예 검토 기회조차 배제되고 있다. 예정지 주변4-5 읍면지역 주민들의 경우 공항이 들어서기만 하면 우리 동네 떼 부자 될지 모른다는 환상에 들떠 있는 듯하고, 행정 또한 이에 맞장구치며 치적 쌓기에 혈안(血眼)이다.

 제2공항 건설하는 것 자유이나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기존 15개 공항 중 인천, 김포, 제주, 김해 공항을 제외하면 다 적자투성이고, 아예 폐쇄된 곳들도 있다. 해당 지역경제가 크게 나아지지도, 동네사람들이 떼 돈 벌었다는 뉴스도 크지 않다. 성산공항도 여차하면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2공항 호재에 행정도, 주변동네사람들도, 투기한 외지인들도 숨죽여‘힉힉’꺼리고 있다. 열광하고 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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