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인 기자 (문화부)

"It's not your fault"(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각본상 영화 ‘굿윌헌팅’의 명대사다. 

자기합리화의 덫에 걸려 사는 주인공 ‘윌’에게 ‘숀’은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를 수차례 말해줌으로써 ‘윌’의 자기방어를 깨부순다.

‘윌’의 자기합리화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자기방어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 안하는 회피성 합리화다. 자기합리화적 자기방어는  도망가기 가장 쉽다. 둘째, 나를 보호하기 때문에 합당한 보호막이자 방패다. 그것은 인생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최악으로 가지 않기 위함이다.

흔한 회피성 자기합리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모두가 다 그래”, “거기만 그런 게 아냐” 등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바로 공무원들의 말들이다. 현실주의자이면서 모험과 도전보다는 안정을 도모하는 공무원들은 회피성 자기합리화의 도사들이다.

며칠 전 제주도청에 ‘노형동 메르헨하우스 교량 일대의 주차 문제’ 관련 담당과 문의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는 주차문제가 다 문제죠. 거기만 그런게 아니죠. 방법이 없어요”

‘어라? 공무원은 공공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현황을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 하려는 직업 아닌가’

그것은 비단 그곳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면 묻고 싶다. 세상의 유일무이한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것이 제주도청 공무원들 역할인지.

노형동 메르헨하우스 주차문제는 근본적으로 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형평성’이라는 단어에서 비롯한다. 거주민들은 이때쯤이면 단속이 나오니 차를 뺏다가 다시 주차를 해놓는 식이다. 오라동에 위치한 제주 견인공사를 찾아 관계자들은 제주 1순위 주차문제는 메르헨하우스 일대라고 했다.

“제주도는 모든 곳이 주차문제죠. 방법이 없죠. 거기만 그런 곳도 아니고” 도 담당 공무원의 입장이다.

하나하나 산적해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사소한 문제들을 듣지 않는다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 반복되는 행정, 도전과 모험심 없는 공무원들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 전 교수는 공무원들은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라 표현했다.

그들이 ‘빛과 소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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