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인 기자 (문화부)

‘기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기사는 누구를 위해 쓰고, 기사의 사진은 누구를 보라고 게재하는 것일까?’

지난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는 각계 유명인 및 유가족들이 함께 했다.

오전 9시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10시 본행사가 무르익었을 때쯤이다.
“아줌마, 비켜!”
‘난 아가씬데 나를 지칭하는 건 아닐 거야’라고 생각중인데 다가와 외친다.

“아줌마, 좀 비키라고! 아...진짜. 왜 내 중요한 이 한 컷의 순간에 시야를 가려. 가리긴. 내가 지금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물었다. “사람마다 중요한 순간은 다르죠. 본인에겐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중요해도 저에겐 중요치 않을 수도 있죠. 저한테 본인의 중요한 순간이 중요치 않은데 왜 그걸 저한테 강요하시죠?”

“말 한번 비꼬면서 기분 나쁘게 잘하네”라는 상대방의 말과 함께 옥신각신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는 4·3 추념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이 남의 초상집에 와서 술 마시고 싸우는 격’이다. 

태극기에 대한 경례, 추모의 시간을 갖는 묵념, 애국가 제창일 때 단 한 무리들만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광경이다. 바로 사진을 찍는 기자들이다. 기자들은 단 한 컷을 위해 셔터를 초단위로 누르고 있었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어떤 순간에 어떤 표정과 행동을 지을지 몰라 단 한 컷을 잡기위한 그들의 노력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행사를 가면 시민들은 ‘비켜, 안 보인다고. 거참 앞에서 엄청 가리네!라며 지속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가리는 기자들을 탐탁치 않아한다. 그 가운데 기자들은 서로 카메라 전쟁까지도 불사한다. 시민들의 불만어린 소리에도 카메라 셔터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시민들의 눈에 거치적거리는 존재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상대방은 나에게 한 마디를 더 했다.
“그 카메라가지고 뭘 찍는다고 참나, 내가 지금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데 말이야”

찰나의 순간을 예술로 기록하는 사진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이유는 마음의 눈을 위해서이고, 찰나에 승부를 거는 것은 사진의 발견이 곧 나의 발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중요한 곳에서 와서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 서울에서 오신 기자님, 그렇게 원하시던 찰나의 컷을 건지셨나요? 

독자를 위한 중요한 한 컷이었나? 기자의 중요한 한 컷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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