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제주 최초의 극장 ‘제주극장’-일제시대 ‘창심관’ 주장도
제주 영화역사와 함께한 곳
1954년 총천연색 영화 첫 상영
현대극장으로 명칭 변경한 후
2017년 안전진단서 E등급 받아
매입 논의 놓고 말들 많았지만
아라리오뮤지엄 측에서 사들여
2018년 12월31일 철거 빈터만

제주에는 제주의 최초(最初) 최고(最古) 최고(最高) 부분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는 고고학적 최초의 인류 유적과 역사학적,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처음의 것과 가장 오래된 것, 가장 높은 것 등 많은 부분들이 있다.

제주매일은 기록학적 측면에서 이를 도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아래 제주의 전 분야에서 이를 찾고 보도한다. [편집자주]

제주극장의 후신인 구 현대극장이 자리했던 장소. 현대극장은 안전진단 E등급을 받고 2018년 12월 31일 철거됐고, 현재는 빈터만 남아있다.
제주극장의 후신인 구 현대극장이 자리했던 장소. 현대극장은 안전진단 E등급을 받고 2018년 12월 31일 철거됐고, 현재는 빈터만 남아있다.

구 현대극장(제주극장 후신)은 제주 첫 상설 극장이다. 당시 ‘극’ 공연을 포함,  동네 대소사들의 발표장 및 4·3 집회까지 제주 만남의 ‘광장’이었다. 

구 현대극장은 원도심 삼도2동에 건립됐다. 구 현대극장은 제주극장의 변경된 이름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극장’은 연극이나 음악, 무용 따위를 공연하거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 등을 설치한 건물이나 시설이라고 정의한다. 즉 ‘극’적인 요소를 갖춘 것들이 공연되는 장소, 공간을 일컫는다.

제주극장이 본격적으로 문화예술 전당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1948년대다. 당시  계몽영화 상영과 강연회를 시작으로 영화·연극·음악회·악극단, 학생들의 예술제와 각종 연예행사가 개최됐다.

당시 제주극장은 공연장 장소라는 개념보다는 동네 대소사 모임 장소였다.

목조건물 창심관이 자리했던 제주시 동문로 일대, 제주문화예술60년사에 따르면 창심관은 1930년 초 화재로 소실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목조건물 창심관이 자리했던 제주시 동문로 일대, 제주문화예술60년사에 따르면 창심관은 1930년 초 화재로 소실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제주 첫 영화관은 제주극장이 아니라 창심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종원 영화평론가 및 제주문화예술60년사에 따르면 “일본인 가와노 마사카즈씨가 세운 목조건물 창심관이 일제시대 제주 유일의 극장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창심관 자리는 제주시 동문로 일대 제일은행 건물이다. 

창심관 자리로 알려진 스탠다드 차타드 SC제일은행 건물.
창심관 자리로 알려진 스탠다드 차타드 SC제일은행 건물.

제주문화예술60년사는 “창심관은 1930년대 초 화재로 소실됐다. ‘목포의 눈물’ 국민 가수 이난영과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이 제주 유일의 극장 주인인 일본인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이들과 창심관 화재에 관한 문헌의 내용이 있다”고 밝힌다.

제주극장은 제주 영화 역사의 여정과 함께한다. 

1950년대 35mm 영사기가 출현했다. 극장은 1953년 ‘별은 하나’를 상영했다. 그해 12월 20일 실내·외부를 단장해 개관 프로로 외화인 ‘스프링 필드 라이플’을 상영했다. 1954년 2월 20일 35mm 영사기를 구입해 2월 25일 총천연색 영화 ‘사라의 녹원’ 시사회를 개최했다. 당시 35mm 영사기 덕분에 자막 있는 영화상영이 가능했다. 당시 운영의 주체가 자주 바뀌었다.

제주극장에서 총천연색 영화의 첫 상영은 1954년 6월 1일 ‘폭풍’, ‘외화’다.
1950년대 무성영화시대 제주극장에서 변사로 활약했던 사람은 김종수다. 그는 제주에서 변사로 독무대를 이루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58년 반공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상영할 때 변사를 맡으면서 이름이 알려져 이후 제주극장에서 변사로 활약했다.

1960년대 제주에 현대식 시설의 극장이 다수 들어섰다. 1970년대 70밀리 영화가 등장했고, 1973년 오일 파동과 100만 대를 넘어서는 TV가 안방극장을 주도해 70년대 말 경영난으로 인해 1978년 10월에는 현대극장(제주극장 후신)이 폐업하게 된다.

홍자람 드라마 작가는 “TV는 무료다. 또 발가락 사이로 보는 TV 드라마다. 시청자에게 찾아온다. 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본다. 극장은 유료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가야 한다”고 TV 드라마와 극장 영화에 대해 비교 설명했다.

제주극장에서 현대극장으로 변모한 후 제주영화의 역사의 여정과 함께했지만  2017년 안전진단에서 가장 낮은 E등급을 받았다. 원도심재생사업으로 제주시와 문화예술 단체의 매입 논의도 있었지만 끝내 이뤄지진 않았다. 결국 현대극장은 아라리오뮤지엄측이 매입한 후 2018년 12월 31일 철거됐다. 제주 최초의 극장은 빈터만 남았다

주차장으로 변한 현대극장 옛 터.
주차장으로 변한 현대극장 옛 터.

가치성 있는 건물의 보존과 재생을 외쳤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

구 현대극장 터를 가보면 주변은 이효리가 방문한 옷가게 ‘모퉁이옷장’과 편의점, 에메랄드 호텔이 있다.

제주 최초 극장, 현대극장. 이곳은 제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이자 제주민들의 동네 만남의 광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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