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때 안보이다 썰물때 수면 위
“창문 열면 바다 비린내 집안 진동”
행정, 이렇다할 저감책 제시 못해

제주의 기온이 4월 들어 빠른 속도로 올라감에 따라 동쪽 해안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한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성산읍 신양해변을 시작으로 조천읍까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구멍갈파래 때문이다. 조천읍을 중심으로 구멍갈파래의 분포현황을 살펴봤다.   

조천읍 해안을 뒤덮고 있는 구멍갈파래

 

△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구멍갈파래의 물결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해변 중 하나인 함덕해변부터 파래의 흔적을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밀물 때는 바닥에 가라앉아 잘 보이지 않던 파래들이 썰물이 시작되면서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주시 방면으로 10분 가량 이동해 신흥리에 이르렀을 때 파래의 양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해안선이 오목해지는 신흥방파제 부근 해안은 이미 파래들로 모두 점령당한 모습이다. 파래들이 쓰레기와 뒤엉켜 본래의 바다 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신흥리 마을 주민 이모씨(60세, 여)는 “매년 읍에서 수거하고 있지만 여름만 되면 다시 파래가 올라온다”며 “악취 때문에 괴롭고 모래까지 검게 섞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특히 여름밤에는 창문을 열어 놓고 자는 경우가 많은데 비린내가 뭍으로 올라와 집안까지 악취가 들어온다”며 “별 다른 대책이 없이 수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리 이장은 “신흥리의 지형적 조건이 파래 서식에 유리하다”며 “해안 매립을 건의했지만 제주시와 도에서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자원봉사자 및 주민 800여명을 동원해 주 4회 이상 파래 수거작업을 했다”며 “이때 수거한 파래량은 1000t이 넘는다”고 했다. 또한 최근 방파제 공사를 통해 유속의 흐름을 바꿔보려고 시도했으나 이 또한 무용지물이 됐다. 

△ 한달살이 정모씨 “제주 이주 다시 고려하고 있다”

신촌리 궷물연못까지 구멍갈파래들로 뒤덮혔다

 

신촌리 대섬 근처 궷물연못의 상태는 일명 녹차라떼라고 불리는 육지의 4대강과 흡사했다. 바닷물이 유입되는 수로에서는 물길을 타고 파래가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로를 통해 신촌리 궷물연못으로 유입되는 구멍갈파래

신촌리 포구에서 산책을 하던 정모씨(62세, 남)를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눠봤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아내와 함께 현재 신촌리에서 한달살이를 하다 있다며 “아침마다 바다산책을 하는데 파래들이 많이 밀려와 보기도 안 좋고 악취가 난다”고 털어놨다. 퇴직 후 제주로 이주할 생각을 가졌던 이들은 “제주의 청정바다에 대한 로망이 사라졌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은 구멍갈파래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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