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생전에 빼돌린 엄청난 재산의 일부를 회수하려는 리비아 당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비아 당국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카다피가 죽기 전 당시 남아공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제이컵 주마에게 건넨 2300만 달러(약 262억원)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선데이타임스 등 남아공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다피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불린 시민혁명 직전 주마 전 대통령에게 이 돈을 건넸다.

자신이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서게 되면 그 돈으로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달라고 부탁했고, 죽을 경우엔 가족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을 반대한 주마 전 남아공 대통령은 카다피에게 남아공으로 망명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카다피는 차라리 고국에서 죽겠다면서 뭉칫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스캔들로 낙마한 주마 전 대통령은 이 돈을 자신의 저택 지하 금고에 몇 년간 보관해왔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의 지시로 부패 수사가 본격화하자 그는 지난 2월 에스와티니 왕국(옛 스와질란드)의 음스와티 3세 국왕에게 이 돈을 맡겼다고 정부 소식통들이 전했다.

현재 이 돈은 음스와티 3세 국왕의 친척인 에스와티니 중앙은행 직원의 수중에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15명의 부인을 둔 음스와티 3세 국왕은 '카다피의 돈'을 보관 중인 사실을 부인하다가 최근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서야 돈의 행방을 실토했다.

카다피가 생전에 남아공으로 빼돌린 재산은 엄청난 규모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에서 빼돌려진 자금 추적을 위해 임명한 전문가들은 지난 2017년 남아공에서 최소 200억 달러(약 22조9000억원)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지 매체인 선데이 인디펜던트도 카다피가 남아공에 숨긴 자금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며, 이 자금을 관리하는 회사들이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와 연관돼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난 2014년 보도한 바 있다.

40여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한 카다피는 지난 2011년 시민혁명 당시 축출돼 도망치다가 그해 겨울 반군에 피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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