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일리에스쿠 전 대통령, 반인륜범죄 혐의 기소"

루마니아 혁명 과정에서 벌어진 유혈사태 30년 만에 당시 과도정부 대통령이 법의 심판대에 세워졌다.

루마니아 검찰이 9일(부쿠레슈티 현지시간) 이온 일리에스쿠 전 대통령(89)과 젤루 보이칸-보이쿨레스쿠 전 총리를 반인륜범죄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국영 아제르프레스 등이 전했다.

아우구스틴 라자르 검찰총장은 "'혁명 파일' 수사를 완료했다"며 "서류를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혁명 파일이란 1989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 전후 벌어진 유혈사태 수사를 가리킨다.

라자르 검찰총장은 "오늘은 루마니아 사법체계에 특별히 중요한 날"이라면서 "역사에 진 빚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차우셰스쿠 정권 출신의 일리에스쿠 등은 혁명 중 구국전선을 세웠다.

차우셰스쿠가 축출된 후 과도정부를 이끈 일리에스쿠는 도주한 차우셰스쿠와 아내 엘레나를 붙잡아 사흘 만에 그해 성탄절에 총살했다.

이후 2004년까지 일리에스쿠는 세 차례나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루마니아 혁명 중 벌어진 유혈사태로 1100여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 80∼90%는 차우셰스쿠 정권 몰락 후 죽임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법 당국의 진상조사는 2015년 증거 부족으로 중단됐다가 2016년 최고법원 결정으로 재개됐다.

검찰은 일리에스쿠 세력이 권력을 유지하고자 유혈사태를 계획적으로 유도했으며 수많은 민간인을 구금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보이칸-보이쿨레스쿠 전 총리는 "혁명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므로 이번 기소는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또 사망자 대부분이 일리에스쿠가 권력을 장악하기 전 숨졌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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