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출, 나무 대신 평평한 긴 돌 사용
가정마다 구비, 부엌 반대방향 위치
뱀이 많아 이를 막기 위해 돼지 사육

‘통시’는 대소변을 누는 곳과 돼지를 가두어 기르는 곳을 하나로 합쳐져 만든 주거 공간의 하나다.

그 옛날 제주의 돼지는 ‘통시’에서 쌀 씻은 물과 채소를 다듬어서 남은 찌꺼기 등을 소비하는 한편 인분을 먹어 자랐다. 그래서 ‘똥돼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제주도의 통시 구조는 대부분 누각 구조가 아닌 수평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부출(발로 디디고 앉아서 뒤를 보게 한 돌) 밑이 돼지우리와 연결되어 있는데 부출의 높이는 돼지가 머리를 들고 들어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로 되어 있다.

보통 다른 지방의 경우 부출을 나무로 까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주는 '팡돌'이라고 하는 넓적하고 긴 돌멩이 두 장을 부출로 깔아놓고 쓴다. 따라서 제주의 돝통시에서는 팡돌이 '부출' 겸 '부춛돌' 역할을 했다. 즉 사람이 디디고 않아서 볼일을 볼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한 것이다. 이렇게 팡돌 두 장이 놓인 변소와 돼지막(돼지우리)이 수평적으로 연결된 구조가 제주의 돝통시다.

과거 제주인들의 생활은 항상 궁핍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활 속에서 절약하는 습관을 키워야만 했는데 그 방면에서 돼지는 더없이 좋은 가축이었다.

제주 마을 각 가정마다 하나씩 있었던 통시는 화장실과 돗통의 기능을 갖고 있다. 집에 들어서면 부엌과 반대 방향에 위치해 한 두 마리씩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뱀이 많아 그 피해가 많았다. 제주도의 가시리 일대에는 아직도 뱀 신당을 모실 정도로 뱀이 많았다. 뱀에게 노여움을 안 사야 뱀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이었다.

그런데 독사에게 가장 강한 짐승은 바로 돼지였다. 돼지는 지방살이 두꺼워 어떠한 독도 혈관을 뚫지 못하기에 독사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이었다. 또한 독사는 돼지에게 좋은 영양식이었다. 그래서 돼지를 집집마다 키워 뱀의 가택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돼지는 그 집안 주인의 정성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해 외부 사람이 방문했을 때는 “돼지를 곱게 키웠습니다”라고 칭찬하는 것이 곧 집주인을 칭찬하는 말이어서 기쁘게 받아들였다.

제주에서 통시는 원래 마당에서 직접 보이지는 않았지만 열린 공간으로서 이웃이 방문해도 통시 가까이에서 돼지를 보며 잡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숙한 것이었다.

그 밖에 통시는 집안 혹은 이웃과 동네의 큰 일에 꼭 필요한 돼지가 있는 곳, 화산회토의 메마른 밭에 뿌려줄 거름을 만들어주는 곳, 생리작용이 급할 때 우리를 도와주는 곳, 제주 사람들 누구나 입었던 갈옷의 재료인 감이 풍성하게 열릴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바로 통시였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백지현 학예연구사는 “제주의 ‘통시’는 제주 초가의 일부분으로 돼지의 생활 공간이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퇴비로 만드는 환경 및 생태 사이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주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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