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말 박물관 통해 본 제주馬事
관람객들 제주 문화향수에 빠져

‘시간을 복원하는 조랑말 박물관’ 내부 모습. 관람객들이 자료들을 보고 있다.

‘말테우리’라는 단어는 잊혀져가는 단어다. 그것은 ‘목축’이라는 제주의 문화가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말테우리’는 짐을 싣는 말을 몰고 다니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말몰이꾼’의 제주 방언)을 일컫는다.

제주를 상징하는 문화 중 오름 사이로 펼쳐진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말의 모습은 제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말의 고장인 제주지역은 이동·운송수단뿐만이 아니라 밭을 갈 때 말을 이용했다. 40년 전까지만 해도 5월이 되면 말테우리가 말떼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주의 목축문화는 탐라시대부터 시작된다. 제주에 말의 서식은 언제부터 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탐라시대에 해당하는 곽지패총과 김녕 궤내기동굴유적 등에서 말뼈가 확인됐다. 이것으로 삼국시대부터 제주에 말이 서식했음을 알 수 있다. 제주의 말이 알려지게 된 것은 충렬왕 2년(1276)에 지금의 성산읍 수산리 일대에 탐라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다. 그 후 조선시대로 넘어와 제주 말은 나라에 공물로 바쳐진다. ‘태종실록’에 따르면 “나라의 중요한 것은 군사요, 군사의 중요한 것은 말이다”, “나라의 강약은 말에 달려 있으므로 임금의 부를 물으면 말을 세어서 대답한다”고 기술한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 전 타고 다녔던 8마리 말 중 ‘응상백’은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할 때 탔던 제주산 백마다. ‘팔준도첩’에 따르면 응상백은 순백색이며 주둥이, 눈, 엉덩이, 발굽이 모두 검고 제주산이다. 압록강에서 회군할 때 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말의 활용이 감소하고 말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들이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말을 사육했던 ‘말테우리’가 줄어들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전통적인 목축기술이 단절됐다.

‘말’의 문화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381-15번지에 말과 관련된 유물 및 문화예술작품 100점을 전시해놓은 박물관이 있다.

‘시간을 복원하는 조랑말 박물관’이라는 콘셉트 아래 제주의 목동 말테우리의 삶이 녹아있는 제주의 목축문화 및 조랑말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제주의 ‘말’ 문화뿐 아니라 박물관 내 갤러리를 운영 중으로 조랑말을 주제로 도내에서 활동하는 예술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콘텐츠와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박물관 앞에 부구리장소(소·말 등 가축의 진드기를 방제하기 위해 말을 넣는 장소)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박물관을 찾은 박병욱(이도동 43)씨는 “가시리 목마장이 원래 유명하다. 가족과 함께 왔는데 박물관 관람 후 승마체험을 할 예정이다. 가시리 와서 박물관 여러 번 오려고 했었는데 기존에는 오름 가고하다가 못 왔다. 이번에 와보니 말에 관한 자료가 잘 정리가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박병욱씨의 아내 역시 “말과 관련해서 이렇게 정리 해놓은 곳은 드물다. 그런데 말위주로 주제를 잘 정해서 정리했고 주변하고도 어울린다. 또 확실히 가시리 목마장은 4500년 돼 이게 더 와 닿았다. 타 지역을 보면 관계도 없는데 박물관 세워 놓는 경우도 많다”고 박물관 관람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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