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방서, 소방차 통행 실태점검
양옆 세워진 차들로 진입 자체 불가
시민 인식변화·행정 적극 대책 필요

소방차통행 실태점검에 나선 소방차가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골목 모통이를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장진우 기자
소방차통행 실태점검에 나선 소방차가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골목 모통이를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장진우 기자

최근 강원도 산불로 인해 화재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소방서와 함께 도내 소방차 통행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섰다. 

△ 점검시작부터 총체적 난국
이날 제주소방서는 지휘본부차량을 선두로 펌프차 1대(너비 약 2.4m, 길이 7.78m, 총 중량 12t), 물탱크 소방차(너비 약 2.5m, 길이 약8.1m, 총 중량 16t) 1대를 동원해 점검에 나섰다. 
 먼저 상가가 밀집한 신성로 부근을 둘러봤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신성로 13길 진입로 코너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펌프차가 한 번에 들어서지 못했다. 뒤쪽에 따라오던 물탱크차는 아예 진입을 포기하고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경보음을 울리자 상가에서 한 여성이 뛰어나와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에 황급히 올라타 이동했다. 점검에 나선 소방관은 “실제 불이 났을 때 (불법 주차된)차량 때문에 진입을 못하거나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진입을 못해 화재현장을 멀리서 지켜볼 때는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소방호수를 화재현장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는 “소방호수를 20개까지 연결해 본적이 있다. 잦은 훈련을 통해 숙달돼 있긴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불법주차 된 차량과의 거리 겨우 5cm
보성시장 내 광양 1길로 향했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구간이 나타났다. 소방차는 후진과 전진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만 했다. 소방차 운전경력 21년차인 기관원이 주차차량과 겨우 5cm 가량의 틈 사이로 대형소방차를 빼내고 있었다. 진기명기가 따로 없다. 그는 “차량이 훼손될 경우 모두 배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운전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을 얘기를 했다

△ 골든타임 대부분 불법차량으로 허비 
서광로 29길로의 진입을 시도했으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지체한 시간은 약 3분이다. 소방당국에서 말하는 골든타임, 즉 신고 후 화재현장까지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7분이다. 119신고 접수 후 출동 명령 그리고 소방관이 소방차까지 뛰어가는데 까지 허락된 시간은 1분 30초다. 이후 5분 안에 모든 화재 현장에 도착해야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도로 한 구석에서 벌써 3분을 소요했으니 골든타임 안에 도착하기란 거의 초능력에 가까워 보인다. 
화재현장은 1분 1초에 따라 피해규모가 달라진다. 허튼 시간으로 속이 타는 것은 소방관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 될 수 있다. 불법주정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의 변화 그리고 행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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