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진입곤란지역 전수조사
행정은 상권보호 운운하며 ‘손놔’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통해 지난해 55건, 올해 3월까지 6건 적발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통해 지난해 55건, 올해 3월까지 6건 적발했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김모씨(38)는 소화전 시설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신고했다. 그러나 교통행정과로부터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차주가 단속되길 원하시나요?” 김씨는 무슨 뜻인지 되물었다. 공무원은 “대부분 인근지역 거주자들이다 보니 처벌보다는 계도를 하는 게 좋겠다”며 결국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자세한 경위를 확인해보니 불법주정차단속에 대한 처분은 5분 간격의 사진 두 장을 찍어 신고해야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 이하일 경우 행정지도 정도의 조치만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상황이라면 5분이 아니라 1분 1초라도 아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제주소방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15m 길이의 소방호스를 수십본 연장해 화재를 진압한 경우가 있었다. 또 지하식 소화전 위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타 소화전으로 급수할 밖에 없었던 상황도 발생했다. 지체된 시간만큼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행정당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 시 교통행정과는 단속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이면도로에 대한 불법 주정차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단속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읍면동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시에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상권보호나 거주자 주차 문제로 쉽지 않다며 행정은 손을 놓고 있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뒤로 한 채 환심사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인재’라고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예비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이달부터 진입곤란지역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소방통로 확보 훈련 및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통해 지난해 55건, 올해 3월까지 6건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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