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칼로레아 한국어 DP 운영보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 중심이 되는 다혼디 배움학교의 고등학교 확산을 바란다. ”

4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주특별차지도교육청과 대구광역시교육청은 IBO와 ‘국제 바칼로레아 한국어 DP(Dual Language IB Diploma Programme)’(이하 IB DP)도입을 위한 MOC(협력 각서)를 맺을 예정이다.

IB DP 도입으로 우리나라 현재 입시 경쟁을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의 출발과 끝은 입시 제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는 바뀌어 왔으며,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교 교육도 바뀌어 왔다.

4월 10일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교육 초청 강연 보도 내용을 보면, IB DP를 대입과 연계하여 이야기하며 마치 IB 도입이 대학 서열화 등을 해결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IB의 도입은 대학 서열화를 더욱더 고착시킬 뿐이다. IB 점수가 몇 점이면 어느 대학 가능하다는 식의 내용이 학부모 사이에서 돌고 있는 것을 보면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특목고처럼 입시를 위한 특권 학교의 한 형태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대학 서열화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입시 제도의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결승점이 하나로 정해진 가운데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IB DP는 절대평가를 표명하고 있지만 전 세계 IB 성적 분포는 매해 비슷한 비율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어서 단위학교 내에서는 절대평가일지 모르나 전체 대상으로는 상대평가라고 유추할 수 있다. IB 교육과정 관련 리포트 자료를 보면 영어로 운영하는 IB DP 과정(45점 만점)에서 서울대는 42점, 연․고대는 40점 이상은 되어야 합격한다는 조사 결과 내용이 있다. IB DP를 도입해도 상위 학생들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지금 수능과도 같다고 할 것이다.

IB DP 도입이 학생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 수 있다.

IB DP 졸업을 위한 점수는 고교 과정을 마친 1월 정도에 DP 점수가 발표된다. 이로 인해 현재의 우리나라 입시제도에서 국내대학에 진학하려면 재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내신 점수를 이용한 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서 내신 평가를 필요하기 때문에 제주의 국제학교는 IB DP 졸업 시험 과정과 별도로 학교 내신을 위한 평가를 하고 있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도입하려는 한국어 IB DP 과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IB DP 도입으로 학생의 대학 진학에 제한을 하게 한다.

제주지역의 학교에 IB DP 교육과정이 도입되어 학생이 졸업한다면 학교 내신을 가지고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정이 IB DP인 관계로 수능 시험을 따로 보기에는 과도한 학습 분량과 교육과정 운영 등 한계가 있어서 수능 최저점이 없는 수시 전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능 최저점이 없는 수시 전형의 경우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과 학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능을 준비한다면 IB DP와 수능 준비를 같이해야 하기에 학업에 부담을 갖게 되며 IB 학교를 다니는 것이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 될 수 있다. 또한 IB 학교에 다니다가 적응의 문제나 기타 상황에 따라 다른 일반고로 전학했을 때도 교육과정이 달라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나 대구광역시교육청의 경우 IB 추진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IB 도입에 따른 문제점이나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 지원을 일부 학교에 지원하는 것은 학교 간 교육 불평등을 일으킨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IB 도입으로 매년 4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대구광역시교육청의 경우 22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같은 수준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며, IB DP 운영을 위해 교사 양성과 외부 평가를 위한 채점관 채용 등 여러 분야의 행·재정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 지원을 일부 학교에 지속해서 지원하는 것은 학교 간 불평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IB DP 운영 학교의 도입은 지역에 대한 이해와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입시를 위한 특권학교로 운영될 수 있다.

‘IBO의 IB DP 운영 목적을 보면 학생들이 국적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령에 명시되고 있으나 실제는 서구의 문화를 통합한 지식과 이해로 지역 정체성과 인식은 없다.’ (호주 모나쉬대 Mico Poonoosamy 교수의 지적) 결국 이러한 특성의 IB DP 도입은 지역적 특성 반영이나 고교 교육의 방향을 논하기보다는 입시라는 문제로 귀결되어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IB DP 학교로 운영되기 쉬우며 이는 또 하나의 특목고처럼 특권학교로 나타날 것이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교육이 되도록 우리 교육의 100년을 바라보며 교육제도를 교육 주체가 함께 논의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학벌을 갖도록 학생들에게 무한 경쟁을 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를 말하고 협동과 소통능력, 창의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학벌주의, 대학 서열화, 대학 입시 경쟁 등 승자 독식의 무한 경쟁의 병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인 교육과정 도입이 먼저가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변화 지향점을 전환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요구 사항
-도 교육청은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IB DP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명확히 안내하라.
-도 교육청은 IB DP 도입을 위한 관심 학교 및 후보 학교 선정에 있어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학교 구성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
-도 교육청은 IB DP에 행·재정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일반학교·특성화학교에도 지원하라.

2019년 4월 1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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