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역사를 지닌 고 박명효씨 생가가 도심 속 외로이 남아있다.
300년 역사를 지닌 고 박명효씨 생가가 도심 속 외로이 남아있다.

전농로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걷다가 번잡함을 피해 관덕정을 향해 걸었다. 작은 골목골목 사이 각양각색의 가게들이 나름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독특함은 부족하지 않은, 그래서 더 재미난 골목길. 걷다가 알았다. 올레 17코스 중에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도심 속 초가집은 반가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수소문해 보니 초대 읍장과 북제주군수를 지낸 고 박명효씨 생가로 300년 역사를 지닌 곳이었다. 빨래가 널린, 사람 냄새나는 초가집을 도심 한가운데서 외롭게 지켜낸 후손들이 고맙다.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켜낸 역사와 추억이 앞으로도 보존되길 기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재미난 트릭아트가 발길을 붙잡는다
재미난 트릭아트가 발길을 붙잡는다

 

돌담을 지나니 트릭아트가 보인다. 창문에서 튀어나오는 올빼미, 달려오는 듯한 코끼리, 쏟아지는 돈다발 등이 어서 사진 찍으라고 반긴다. 이어서 독특한 간판에 이끌려 다가가니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아트세닉이란 곳이었다. 구성진 판소리가 지하에서 들려왔다. 입구에서 푸른 하늘을 보며 한소리 잘 듣다가 다시 걸었다.

바로 이어 ‘삼도2동 문화예술의 거리-제주시 선정 입주작가’라는 정갈한 간판들이 붙은 가게들이 줄지어 보인다. 그릇, 공예, 그림책 갤러리, 소극장, 회화, 도예체험, 음악, 공연, 도자기, 옷 등 개성 있는 공방들이 모여 있다. 하나하나 독특하고 손이 많이 간 작품들에 눈이 호강이다. 짧은 거리지만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향사당
벚꽃이 흩날리는 향사당

 

재미난 골목 사이 기와지붕이 보인다. 고을의 어른들이 활쏘기와 잔치를 벌이고, 당면과제나 민심의 동향에 대해 논하던 곳인 향사당. 조용히 앉아 새소리를 듣고 있자니 제주 도심 한가운데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흩날리는 벚꽃잎과 돌담 위를 빨갛게 수놓은 동백꽃이 발길을 붙잡는다.

지난 2월에는 ‘탐라국 입춘 굿놀이’ 축제가 열렸다. 일제에 의해 명맥이 끊긴 전통사회의 입춘굿을 부활시킨 새로운 축제로 옛 풍습을 되살린 행사와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오는 12월에는 문화기획학교의 결과를 전시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원도심 일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문화 예술의 거리 답게 간판도 예술이다.
문화 예술의 거리 답게 간판도 예술이다.

 

삼도2동이 처음부터 걷고 싶은 거리는 아니었다. 빈 점포가 늘면서 슬럼화를 막기 위해 2012년부터 문화예술의 거리로 정해 입주작가를 선정·지원정책을 펼친 덕분이다. 지난달에 673m가 추가로 지정됐다.

좋은 구경하고 사이사이 숨은 카페에서 차까지 마시기 좋은 거리 삼도이동. 육지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주 골목, 연인과 데이트 하기에도 가족들이 나들이 하기에도 좋은 문화예술의 거리. 이 거리에 더 많은 입주작가들이 들어서 제주의 문화예술이 가득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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