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정아린 순경(40,여)은 알고 보니 꽤 명성이 자자한 해군출신 순경이었다. 해군 최초 여부사관 1기 출신에 최초 부부 통신설비 기능장 취득, 2017년 해군을 빛낸 인물 선정 등 그간 꾸준히 세간의 이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녀는 2017년 12월 갑자기 해경으로 전향해 현재까지 제주해양경찰 통신담당자로 복무하고 있다. 화려한 과거와 열정 가득한 일상, 소소하지만 자기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정아린 순경을 제주해경소속 1505함에서 만났다.

정아린 순경이 복무 중인 제주해경소속 1505함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군복을 벗은 이유는 꽃무늬원피스?

14년간 복무했던 해군생활을 접게 된 동기는 의외로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요즘같이 하늘이 맑고 따뜻한 봄날이었다. 늘 군복만 입고 생활하던 그녀는 젊은 여성들이 입은 꽃무늬원피스에 매료돼 한참을 바라봤다고 한다. 그리곤 이내 자신은 평생 꽃무늬원피스를 입어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몸에 꼭 맞춘 군복보다 저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겠노라 결심한 뒤 그녀는 정말로 군복을 벗어 던졌다. 그녀안의 절제돼 왔던 여성성을 감추지 않고 살아가리라 결심하며. 지금 비록 해경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그녀에게 원피스는 자유로움의 심벌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안정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해줬기 때문이다.

정아린순경은 제주해경소속 1505함에서 통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의 영역

업무를 수행할 때는 모두들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지만 군 생활에 비해 위계질서가 많이 경직돼 있지 않아 비교적 인간미를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함선에 탑승하는 인원이 해군보다 훨씬 적어 여러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영역일 뿐이라고 말한다. “해경은 남녀 구분없이 누구에게 도전의 기회가 열려있어요. 다양한 분야에 더 많이 도전해 보고 싶어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든든한 지원군은 바로 가족

해경 2년차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사랑스러운 두 딸들이 엄마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두 딸들은 엄마가 군인이었을 당시 늘 불안해했다. 어린 생각에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지 파도가 세서 위험한 것은 아닌지. 그러나 최근 두 딸들은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해주는 사람이니 언제나 안전할 거라고 믿어. 그래서 걱정안해”라며 엄마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바쁘게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있었다. 그녀는 두 딸 덕분에 “해경은 누군가를 구조해야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동시에 보호받아야 또 다른 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주해경소속 1505함을 총괄하는 전성권 함장은 "정아린 순경은 늘 열정이 넘치고 성실하게 복무하고 있다"며 "우리 해경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으니 제주 바다를 믿고 맡겨달라"며 해경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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