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때 관아 흔적 지워져
광복 후 4번의 발굴조사 3번의 재건
관덕정 제주 대표 누정건축의 진수

출처 = 제주목 관아. 제주목 관아의 봄철 풍경

 

 탐라시대 이후 줄곳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였던 ‘제주목 관아’. 그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역사를 지녔으며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제주목사’가 사용했던 ‘관아’

 ‘목’이란 고려·조선시대의 지방행정 단위로 각 지방의 중요한 지역에 설치됐다. 고려
성종 2년(983)에는 12목, 현종 9년에는 8목을 뒀고, 태종은 전국을 8도로 나누고 여기에 20
목을 둬 각 목에는 정3품의 지방관인 ‘목사’를 파견했다. 이중 제주에 설치된 ‘목’에
파견된 ‘목사’가 사용했던 관아가 바로 ‘제주목 관아’인 것이다.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 ‘제주목 관아’

 제주목 관아는 탐라시대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1434년 화재로 인해 모두 불타 없어진 다음해에 206칸의 관아 건물이 세워
졌으며 조선시대 내내 증·개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이곳의 관아를 헐어
콘크리트 건물로 제주도청, 경찰서를 설치하고 뒤이어 제주지방법원과 제주지방경찰청도 배
치해 그 흔적이 없어졌었다.

 광복 이후 1991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크게 세 번에 걸쳐 재건했음이
확인됐다. 1~3차에 걸친 발굴조사에는 제주목 관아의 중심시설인 동헌지와 내아건물시설은
물론, 중대문~동헌지 마당으로 연결되는 중심도로가 밝혀졌다. 또한 1998년도 4차 발굴조사
에서 외대문 중대문지를 비롯한 홍화각, 애매헌, 호고, 호적고, 우연당, 항리방, 영리장방,
성내연못, 우물 등의 시설물과 이를 둘러싼 담창지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제주목 관아는 이러한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초석·기단석 등과 ‘탐라순력도’와 ‘탐
라방영총람’ 등의 고문헌을 토대로 2002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제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제주목 관아’

 제주목 관아는 1993년 3월 31일에 사적 제380호로 지정됐으며 전체 면적이 2만 6660㎡에
이른다. 다양한 시설들이 설치돼 있으나 그 중 가장 특징적인 곳은 관덕정을 꼽을 수 있다.
 1963년 보물 게322호로 지정된 관덕정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이다. ‘관덕(
觀德)’이란 문무의 올바른 정신을 본받기 위해 평소에 마음을 바르게 하고 훌륭한 덕을 쌓
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탐라지’에 의하면 이 누정 건물은 조선 세종 30년(1448) 안무
사 신숙청이 병사들의 훈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세웠다고 하며 성종 11년(1480) 목사 양찬
이 고친 뒤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쳤다 지금 있는 건물은 1969년 보수한 것으로 원래의 건축
수법은 17세기 전후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제주 관덕정은 제주도의 대표적 누정 건축으로 건축사 연구의 소중한
자료”이며 “건물 안쪽 대들보와 그 아래에 그려진 작자를 알 수 없는 벽화도 상당히 훌륭
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목사가 집무를 하던 ‘연희각’도 꼭 살펴봐야 할 곳이다. 이원조 목사의 ‘연희각기
’에 의하면 연희각은 “누가 명명하고 누가 쓴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 의미는 “외신
이 충성을 다하고자 하는 정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1924년 여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헐리고 말았으나 이후 복원돼 본래의 모습을 살필 수 있게 됐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목 관아’

 제주목 관아 주변은 전통과 현대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조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탐라국
개벽신화가 어린 삼성혈을 비롯해 도심을 흐르는 생태하천인 산지천 주변의 문화재와 표지
석 등에는 수천년을 이어온 제주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제주도를 찾은 한 서울 시민은 “제주목관아가 도시 중심에 있어 좋았다”며 “서울에서도
경복궁 등 궁궐이 광화문 한복판에 있어 접근하기도 쉽고 빌딩과 기와가 어우러진 모습이
예쁘다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 제주도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도 ‘제주목 관아’가 일제에 의해 철거됐던 아픈 과거를 딛고 현대와 전통이 어우
러지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더욱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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