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0광년 떨어진 'V404 Cygni'…블랙홀 회전축 어긋나 발생한 듯

동반별에서 물질을 빨아들여 강착원반을 만든 V404 Cygni. 중앙의 파란 부분이 춤추듯 회전하는 제트. [ICRAR 제공]
동반별에서 물질을 빨아들여 강착원반을 만든 V404 Cygni. 중앙의 파란 부분이 춤추듯 회전하는 제트. [ICRAR 제공]

 

은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블랙홀은 중심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물질을 강하게 분출한다. '제트'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물줄기처럼 직선으로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춤추듯 회전하는 '이상한' 제트가 처음으로 관측돼 학계에 보고됐다.

30일 국제전파천문학연구센터(ICRAR)에 따르면 호주 커틴대학의 제임스 밀러-존스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78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블랙홀 'V404 Cygni'의 제트가 불과 수분 단위로 분출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관측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었다.

V404 Cygni는 태양 질량의 9배에 달하며, 인근에 태양보다 약간 작은 적색거성을 동반별로 데리고 있으면서 물질을 흡수하고 있다.

1989년에 거대한 제트 현상이 관측되면서 처음으로 블랙홀이란 것이 확인됐다. 이전에도 1938년과 1956년에 폭발이 관측된 기록이 있지만, 블랙홀인지는 몰랐다고 한다. 이후 2015년에 다시 매우 밝은 빛을 내는 폭발이 2주가량 지속하면서 자세한 관측이 이뤄졌다. 

밀러-존스 연구팀도 미국 내 10개 전파망원경으로 대륙 크기의 망원경을 만든 초장기선 배열인 VLBA(Very Long Baseline Array)를 이용해 이를 관측했다.

V404 Cygni는 다른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인근 별에서 물질을 끌어다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는 이른바 '강착원반'을 만들었다.

이 강착원반은 폭이 1000만㎞에 달하며, 가장 안쪽의 수천㎞는 도넛 형태로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회전력이 줄어든 팽이처럼 흔들거리는 것으로 관측돼 일반적인 블랙홀의 원반과는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블랙홀의 회전 축과 강착원반의 정렬이 어긋나 원반 안쪽 부분이 팽이와 같은 세차(歲差)운동을 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때문에 제트가 끌려다니며 물질이 일직선으로 분출되지 않고 춤을 추듯 방향이 시간에 따라 바뀐 것으로 분석했다.

밀러-존스 박사는 "지금까지 본 블랙홀 시스템 중 가장 이상한 것 중 하나"라면서 "V404 Cygni에서 나타난 급속한 세차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메커니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V404 Cygni 제트의 방향 전환은 2시간이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4시간가량 관측해 하나의 이미지를 뽑아내는 기존 전파망원경 관측 기법을 활용하다 흐릿한 이미지만 얻은 뒤 70초 단위로 103장의 이미지를 뽑아낸 뒤 이를 연결해 동영상을 만드는 방법으로 제트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커틴대학의 젬마 앤더슨 박사는 "블랙홀의 정렬이 어긋나있고 주변 물질이 강착원반으로 흘러들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초질량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급속히 빨아들이거나 별을 찢어 삼키는 조석파괴현상 등과 같은 폭발적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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