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연루 인물 모두 자유의 몸…배후는 미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공소 변경으로 징역 3년 4개월이 선고된 베트남 여성이 3일 출소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1)의 변호인인 히샴 테 포 텍 변호사는 이날 오전 7시 20분(이하 현지시간)께 흐엉이 말레이시아 까장 여성교도소를 출소했다고 밝혔다.

흐엉이 석방된 것은 지난 2년여간 구속돼 재판을 받으며 형기를 상당 부분 채운 상황에서 모범수로 인정돼 감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흐엉은 푸트라자야에 있는 이민국으로 이동해 관련 절차를 밟은 뒤 이날 저녁 베트남 국적기를 이용해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 변호사는 흐엉이 "오늘 오후 4시께 공항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재 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흐엉이 "행복해 보였다"고 전했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여)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 두 사람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된 리재남(59),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반면, 현지에 남은 시티와 흐엉은 VX가 묻은 옷가지를 객실에 방치하는 등 증거조차 없애지 않은 채 어슬렁거리다가 범행 2∼3일 만인 2017년 2월 15일과 16일 잇따라 체포됐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유죄에 무게를 둬 왔지만, 올해 3월 11일 시티에 대한 공소를 돌연 취소하고 그를 석방했다.

이런 결정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베트남 정부도 흐엉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흐엉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재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베트남의 반발이 거세자 지난달 1일 흐엉에 대해 살인 혐의 대신 위험한 무기 등을 이용한 상해 혐의로 공소를 변경한 뒤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에 대해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지에선 주범 격인 북한인 용의자를 모두 놓친 상황에서 이들에게 이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동남아 여성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가는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공소를 취소, 변경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을 보여왔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김정남 암살에 연루됐던 인물들은 전원 자유의 몸이 됐으며, 김정남 암살을 지시한 배후의 실체는 영원히 미궁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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