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어버이날 특집
허신화 할머니 인터뷰
외손자 선물한 카네이션 자랑
"오늘 아니라도 부모님 생각나"
제주 백년 역사와 함께한 기억

허신화 할머니
허신화 할머니

89살, 막내로 태어나 고생도 해보지 않았다는 그녀는 이제 외손자에게 받은 카네이션을 자랑하는 할머니가 됐다. 8일은 제47회 어버이날이다. 올해 어버이 날 기념식 테마는 '늘 받기만 한 사랑, 어머님, 아버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이다. 어버이가 주인공이 되지만 자식들이 조연으로 필요한 날, 용담1동에 사는 허신화(89) 할머니를 만났다. 

“한 살 줄여줘. 31년생이지만 32년생으로 한 살 줄여줘”
곧 백세가 다 되가신다는 말에 허신화 할머니의 답변이다.

어버이 날 기념식 행사는 어느 축제를 가도 똑같다. 의례하는 정치인들의 축사와 노래자랑 그리고 먹기다. 허 할머님께 오늘 행사소감과 다음 해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냐고 묻자 “오늘 착한 사람들 다 상도타고 사람들이 한 국수니 맛있다. 모든 것들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것이니 맛있게 먹어야지. 맛이 없더라도”란다.
  
가슴팍에 달린 카네이션은 외손자가 달아준 것이라며 곧 이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버이날 아니더라도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우리 시대에는 다들 어머니한테 그렇게 잘해주지 못했다. 나만 살았지. 눈물이 나. 막내로 난 고생도 안했는데”라고 이야기했다.

허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학교를 다니다 해방돼서 졸업을 못했다. 그 이후에 제주에 4·3이 왔다. 4·3은 힘들다. 우리 조카, 5살 위 오빠가 총 맞아 돌아가셨다. 4·3사건하면 징그럽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허 할머니의 89년 이야기는 제주도 백년의 역사와 함께 한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사진 한 장만 찍자는 기자의 말에 얼굴에 주름살과 틀니라고 활짝 웃는 허 할머니는 “둘째 며느리가 맛있는 거 드시라고 돈 이십만 원 보냈다”며 그 밖 4명 자식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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