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자영업자, 가게일 혼자 감당
제주 특성 맞는 현실적인 정책 필요

제주의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과 체감경기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1인 사업장을 찾아 현장취재를 시도했다.

제주시 삼양동 주택가에 위치한 배달전문 치킨집.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종업원 없이 1인 사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분서주 1인 多역
이날 찾은 곳은 제주시 삼양동 주택가에 있는 배달전문 치킨집이었다. 오후 7시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배달전화와 알람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치킨집 사장은 이날 배달앱 행사기간이라 평소보다 더 주문이 많다고 설명했다. 주문이 조금씩 밀리자 사장은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혼자 음식을 다 만들기 때문에 자리를 뜨기 어렵고 배달을 제 시간에 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아예 주문을 받지 않는다. 오후 9시가 지나자 폭주하던 주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사장이 갑자기 핼멧을 쓰더니 “재료가 떨어져서 근처 마트에 좀 다녀올께요”라고 말한 뒤 오토바이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다 해야 하는 1인 사업장 사장은 주문이 없어도 쉴 수가 없다. 그렇게 하루에 12시간, 주 6일 일해서 그가 손에 쥐는 돈은 월 250만원 남짓이다. 초기 투자금을 매우다보면 여느 직장인보다 더 적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지역의 낮은 인건비를 반영하듯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수입도 열악한 실정이다. 

△ 인건비 부담스러워 배달대행
치킨이 거의 다 만들어질 즈음 가게 앞으로 오토바이가 한 대가 들어왔다. 배달대행업체에서 치킨을 받으러 온 것이다. 사장은 “요즘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배달인력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 배달대행서비스를 많이 이용해요”라며 “최저임금인상에 동의는 하지만 급격한 인상 폭이 부담스러워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배달대행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41)는 최근 대행업체를 통해 배달하는 가맹점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일할 사람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높은 인건비 때문에 음식점에서 배달원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대행업체가 해결책은 아니다. 배달 1건당 3000원부터 거리에 따라 최대 8000원까지 업체에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아야
제주는 지역특성상 관광업 위주의 산업구조이자 질 높은 일자리가 없어 도민과 이주민 모두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해 제주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는 29.6%를 차지해 자영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변동에 취약한 영세소상공인들이 집단적으로 폐업하게 되면 제주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제주의 산업구조와 지역 특성에 맞는 현실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