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청정바다, 우리가 지킨다
[1]구좌읍 하도리·월정리

천혜의 경관과 해양자원을 자랑하던 제주바다가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름다운 제주바다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는 바다지킴이들의 활동모습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최근 들어 제주바다는 괭생이모자반과 구멍갈파래 때문에 해안이 검푸르게 멍들어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오는 해양쓰레기와 해조류가 뒤섞이면서 경관을 망치는 것은 물론 악취까지 날로 심해진다. 이런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바다지킴이들이 발 벗고 나섰다. 

구좌읍은 제주시에서도 해안선이 가장긴 마을이라 바다지킴이들의 역할이 크다.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5월경 제주시에서도 해안선이 가장 긴 동네 구좌읍을 찾았다. 
먼저 찾은 곳은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하도리였다. 바다지킴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활동을 시작해 이미 1t 트럭한대가 꽉차있었다. 각종 스티로폼 부표와 플라스틱 용기, 폐그물 등 다양한 종료의 쓰레기가 한 가득이었다. 일반 쓰레기를 어느 정도 수거한 뒤 바다지킴이들은 다시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해안에 가득 밀려와 있는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기 위해서다. 모래가 많은 해수욕장은 기계나 장비를 이용해 한 번에 걷어낼 수 있지만 바위가 많은 해안지역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걷어낼 수밖에 없다. 물에 젖은 모자반은 마른 것보다 그 무게가 몇 배나 더해지기 때문에 건장한 남성에게도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바다지킴이 2년차 김권철(61·남)씨는 내 고향을 내손으로 지킨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바다지킴이 2년차 김권철(61·남)씨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수거작업을 이어나갔다. 김씨는 유년시절을 맑고 푸르던 바다를 회상하며 최근 4~5년 전부터 쓰레기가 부쩍 늘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젊은 시절 육지에서 일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보니 바다가 많이 훼손돼 있어서 놀랐다”며 “예전의 청정 바다를 되찾기 위해 바다지킴이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바다를 내손으로 직접 깨끗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면서 “최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은 세화해수욕장을 청소하고 난 뒤 관광객들이 즐겁게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 유난히 뿌듯하고 즐겁더라”며  현장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월정리에서 만난 지킴이 홍순화씨는 해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정화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음 찾은 곳은 관광객들이 부쩍 많이 찾고 있는 월정리였다. 이곳도 역시 각종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용기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고 새하얀 모래 위로 괭생이모자반이 두터운 띠를 두르고 있었다. 매일 치워도 매일 새롭게 올라오는 쓰레기와 해조류 때문에 이곳 바다지킴이들도 쉴 틈이 없었다. 바다지킴이 5년차 홍순화씨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까지 꼼꼼히 살피는 성실함으로 관계자와 동료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얻고 있었다. 그는 “내 눈에 깨끗해 보이면 남의 눈에도 깨끗해 보인다 라는 생각을 갖고 내 일처럼 하고 있다”며 강한 책임감을 내비췄다. 그러면서 젖은 모자반을 끌고 와 양지 바른 갯바위에 널기 시작했다. 젖은 모자반은 수거가 어렵기 때문에 햇볕에 바짝 말려 다시 걷어내는 이중작업이 필요하다. 비가 오는 날은 수거작업이 어려워 맑은 날 이렇게 부지런히 몸을 놀려야한다. 반면 비가 온 다음날은 유난히 쓰레기가 많이 몰려오기 때문에 매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날이 맑으나 궂으나 늘 바다생각 뿐인 지킴이들 덕분에 오늘도 제주바다에 대한 자부심을 지켜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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