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이 바라본 제주4·3 (3)희생 넘어 제주 평화 찾기
생존 희생자 증언에 참가자들 말 잇지 못해
“발걸음 하나가 억울한 영혼 달래는 발걸음”

 

섯알오름 양민학살 위패
섯알오름 양민학살 위패

섯알오름은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다. 일본이 만든 탄약고를 미군이 폭파해 오름이 꺼진 것이다.
 계엄군은 예비검속으로 잡아 온 252명을 1950년 8월 20일에 섯알오름에 세워 집단학살했다. 깜깜한 밤, 끌려오던 이들은 죽음을 감지하고 차 밖으로 신발을 던졌다. 새벽에 농부가 신발을 쫓아 시신을 발견한다. 맨발로 저승 간 이들을 위해 제사상에는 신이 놓여있다.

양민학살 젯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
양민학살 젯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

출입금지가 해제된 7년 후 뼈들이 뒤엉켜 시신 수습이 어렵자 유족들은 ‘백조일손지묘(모두 우리의 조상)’를 만든다. 한 참가자가 “알고 나니 제주를 아름답게만 볼 수 없다”며 한숨 쉬었다.
 

움푹 파인 섯알오름에 집단학살 시체들이 굴러떨어졌다.
움푹 파인 섯알오름에 집단학살 시체들이 굴러떨어졌다.

무명천할머니로 불리는 진아영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좁은 방에 둘러앉아 할머니의 영상을 봤다. 35살에 토벌대가 쏜 총알이 턱을 관통해 평생 무명천으로 턱을 감싸고 살았다. 음식을 흘리며 먹으니 평생 홀로 식사하고 죽이나 물밥만 먹어 위장병과 영양실조로 고생했다. 고향에서 울부짖음과 격한 몸짓으로 당시 상황을 표현한다.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의 흔적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의 흔적

 임지은(서울·16) 양은 “4·3 평화기행 중 무명천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할머니의 힘든 인생, 초라한 집이 가슴 아파요”라고 했다.
 생존 희생자인 김명원(87) 씨의 증언은 거센 비바람으로 버스에서 진행됐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15살에 맞닥뜨린 4·3과 자신을 삶을 전했다.

생존 희생자 김명원씨가 버스 안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생존 희생자 김명원씨가 버스 안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짧게 정리해 보면, 그의 4·3 첫 기억은 군화 신은 사람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팔에 총상을 입고 기절한 것이다. 6살 동생과 도망치다 명원씨 혼자 담을 넘고, 동생은 죽창에... 어머니는 아기 울음소리를 걱정해 고팡 바닥에 굴을 파고 해산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토벌대에 의해 죽고 젖먹이 동생은 굶어 죽고 3살 동생은 입양 보내진다. 제주를 떠나고 싶어 군에 자원입대했고 이후 자식들까지 연좌제로 고생했다.
 김명원 씨의 증원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말문이 막혔다. ‘슬픔이란 대체로 눈물로 한숨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4·3을 겪은 사람들은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나온다고 말한다’라는 현기영 작가가 떠올랐다.
 한 참가자는 “메마른 ‘역사’라는 단어를 ‘사람의 삶’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김명원 씨를 배웅했다. 

4·3길 리본의 빨간색은 희생을, 흰색은 평화를 뜻한다
4·3길 리본의 빨간색은 희생을, 흰색은 평화를 뜻한다

4·3평화기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참가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엄동현(부산·58) 씨는 “역사책에는 없는 내용을 알게 됐다”며 “고향 하동에서도 한 동네 사돈·친척 간에 좌·우익으로 나뉘어 서로 죽인 역사가 있다. 모두 보듬어 화해의 길로 가길 바란다”고 했다.
 박서현(서울·40) 씨는 “수국이 예쁘게 폈던 길로 알았던 곳에서 이런 엄청난 일이 있었냐”며 놀랬다. 기행을 진행한 고진희 해설사는 “우리의 발걸음이 억울한 영혼을 달래주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 했다. 함께 진행한 고혜자 해설사는 “제주 사람들도 4·3을 잘 몰라서 안타깝다”며 “이제 그만 말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면 안 돼”라고 했다.
 김성용 제주4·3해설사회 회장은 “4.3평화기념관은 추모의 공간이니 이에 걸맞은 생각·행동을 바란다”고 했다. 또 “제주4·3만 알아달라 하지 말고 다른 지역의 역사(대구폭동, 대만 2·27 등)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제주에는 팽나무가 그려진 흰색과 빨간 리본으로 표시된 4·3길이 있다. 빨간색은 희생을 흰색은 평화를 상징한다. 그들의 희생과 아픔을 기억하며 평화와 화해의 길을 걷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