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청정바다, 우리가 지킨다]
[4]이호동 청정바다지킴이를 만나다
치우고 치워도 아침이면 제자리
공공근로자까지 합세 해변 정화
지킴이 지나간 모래사장은 정갈

제주시 이호동의 청정제주바다지킴이들이 밀려운 파래 등을 치우고 있다.

“다 치우고 기분 좋게 퇴근해도 다음 날 아침이면 또 지저분해요. 밤새워 놀다 간 사람들이 술병이며 안주 먹은 것들을 그대로 놓고 가요. 안 치워요”
이호동 청정제주바다지킴이 성기봉(50) 씨의 말이다.

취재를 나간 지난 7일은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비도 오고 강한 바람에 소리가 묻혀 대화가 힘들 정도였지만 청정제주바다지킴이 3명과 공공근로자 10명이 우비를 입고 이호테우해변을 치우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도 근무하는지, 힘들지 안느냐는 질문에 성씨는 “비바람 불면 춥고 정신없죠. 그래도 해야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더울 때만 바닷가에 왔는데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어요. 어제도 수학여행 버스가 6대나 왔어요. 학생들한테 지저분한 해변을 보여줄 수 없잖아요”

‘청정제주 바다지킴이’제도는 2017년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해 113명에서 올해 152명(제주시 87명, 서귀포시 65명)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담당 해안지역을 할당받아 해양쓰레기를 상시 수거, 중간 집하, 재활용 선별 등의 작업을 한다. 해양쓰레기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발생부터 처리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이호동의 청정제주바다지킴이 구간은 도두의 ‘추억의 거리’부터 이호 수원지 마지막 구간으로 3.9km이다. 그중 이호테우해수욕장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관광객과 주민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쓰레기는 더 많고 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호동에는 3명의 청정제주바다지킴이가 배정됐지만 쓰레기양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공공 근로자들의 도움 없이는 해안 청정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호테우해변은 요즘 파래와 낙엽가루덩어리가 문제다. 파래는 날이 더워지면 부패해 냄새가 심하고 미관상 좋지 않다. 낙엽가루덩어리는 낙엽과 나뭇가지 등이 자연분해 되면 검은색 가루가 돼 하천을 통해 유입된다. 해변에 쌓인 검은 덩어리들은 삽으로 퍼서 마대에 담아야 한다. 물에 젖은 무게가 상당하다. 청정제주바다지킴이를 체력시험까지 거쳐 뽑은 이유가 이해됐다.

파래와 검은덩어리로 지저분하던 해변이 청정제주바다지킴이들이 지나가자 여행사진에 나올 법한 정갈한 모래사장으로 변했다. 비바람에도 묵묵히 제주바다를 위해 노력한 이들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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