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저녁 제주의 한 음악카페에서는 작은 클래식공연이 열렸다.
거친 파도를 잠재우듯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서서히 흘러나오자 어수선했던 카페 내부는 금새 고요해졌다. 때마침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처럼 관객들은 아름다운 선율에 서서히 매료되고 있었다. 

지난 14일 구좌읍 하도리에 위치한 B카페에서는 클래식 앙상블 ‘게네랄파우제’의 공연이 진행됐다.

이날 구좌읍 하도리에 위치한 B카페에서는 클래식 앙상블 ‘게네랄파우제’의 공연이 진행됐다. 이 젊은 음악가들은 부산의 한 상설공연카페 게네랄파우제를 중심으로 결성된 클래식 그룹이다. ‘게네랄파우제’는 ‘General Pause'를 독일어로 발음한 음악용어로 ’돌연히 악곡의 흐름을 멈추고 모든 악기가 쉬는 것‘이라는 의미와 함께 곡의 클라이맥스를 지칭한다.

카페 디자이너이자 이 그룹의 피아니스트인 김문영씨가 독일유학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름을 지었다. 카페에 들른 손님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쉼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그들의 음악은 절정을 향해간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고 그 음악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을 나누고픈 한 피아니스트의 선한 뜻이 담겨져 있음을 알게된 후 이 낯선 독일어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피아니스트 김문영씨가 연주에 앞서 곡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김문영씨는 “보통 악장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지만 연주가 훌륭했다고 생각되시면 박수치셔도 됩니다”며 친절하게 공연 매너를 덧붙였다. 이들은 클래식에 대한 캐쥬얼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관객들과 친근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음악은 깊이가 있고 품격이 넘치며 열정이 가득하다. 이날 열린 실내악 5중주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바순, 클라리넷이 참여하는 보기 드문 구성이었다. 이 다섯 개의 악기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없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악기별로 악보를 새로 만드는 등 이번 공연을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멤버 다섯 명 모두 각자의 개성이 넘치지만 연주가 시작되면 서로 밸런스를 맞춰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냈다. 곡 선정은 주로 피아니스트 김문영씨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날은 브람스, 슈만에서부터 다리우스 미요, 라쿰파르시타까지 근·현대음악을 모두 아우르며 다양한 곡들을 선보여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시벨리우스의 곡을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앙상블로 연주하고 있다.

특히 이 카페의 공연장은 연주자와 관객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 스피커로 걸러진 사운드가 아닌 악기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연주자의 호흡과 표정, 눈빛까지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정모씨는 “처음 접해본 실내악 클래식공연이었지만 일상의 긴장과 피로가 녹아내리고 내안의 감성을 깨워주는 시간이 됐다”며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게네랄파우제’라는 말처럼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지친 일상에 힐링이 필요할 때 조금은 특별한 클래식 공연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공연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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