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C&C 국토개발연구소장
백승주 C&C 국토개발연구소장

올해가 한국전쟁(6·25전쟁)이 발발한 지 69년이 되는 해다. 특히 올해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좌우이념논쟁이 불을 뿜고 있어서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물론 필자는 가끔 고향에서 참전용사이신 외삼촌을 만나 10여회 이상 긴 대화를 나눌 때마다 으레 외삼촌께서 종종 참전무용담을 들려주셨기 때문에 익히 여러 상황들을 아는 터다.

이제 한국전쟁을 체험한 세대는 점점 사라지고 그 이후의 세대, 즉 한국전쟁 미 체험세대가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학병으로 참전하셨던 외삼촌께서 올해로 80대 후반이셔서 더욱 그런 감을 갖게 한다.

필자를 비롯하여 미 체험세대는 전쟁을 체험하였거나 전장 터에서 생사를 넘나들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극을 잊지 못하거나 여전히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참전세대 또는 동시대를 살았던 세대와는 달리 한국전쟁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보다 더 많은 자신감과 자주적 의식이 팽배하다.

이들이 이미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거니와 이들의 정치의식의 흐름은 참전세대와는 다른 시각에서 확산되는 양상이 현저해 보인다. 특히 이들이 국가경영의 실질적·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외삼촌세대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남북한 관계를 스크린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문헌들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남북한 모두에 말할 수 없이 큰 인적·물적·정신적 피해를 남겼다. 그 피해규모 또한 엄청나다.

기관 또는 연구자마다 수치가 다소 다르긴 하나 남한의 인적 피해규모는 230여만 명에 이른다. 북한의 인적 피해가 292만여 명에 이른다. 남북한을 합친 인명 손실은 무려 520만 명 선이다. 유엔군은 15만 여명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 참전 중공군의 인적 피해도 90만 여명에 이른다. 게다가 방대한 규모의 이산가족도 발생했다. 그 수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려우나 통상 1000만 명인 것으로 어림하고 있다.

이런 참상은 한국전 당시 유엔군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의 1951년 미국의회 청문회 증언을 통해 생생히 드러나 있다. 그는 평생을 전쟁 속에서 보낸 본관과 같은 군인에게조차 이러한 비참함은 처음이어서 무수한 시체를 보았을 때 구토하고 말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인적 손실에 못지않게 물적 손실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문헌들은 정확한 통계가 있지는 않지만, 한반도 전체를 통틀어 사회 및 경제 기반이 철저하게 파괴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 직후 집을 잃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전쟁 이재민(罹災民)의 수가 200만여 명에 이르렀고, 굶주림에 직면한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25나 되었다고 한다.

문헌들은 이러한 인적 및 물적 손해도 손해려니와, 이에 못지않게 전후 심각한 폐해(弊害)로 드러난 것은 해방 전후로 하여 촉발된 좌우이념 갈등으로 촉발된 국민 상호간의 내부의 불신과 적대감의 만연이라고 전언하고 있다. 서로 상대방을 증오하고 복수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 후유증은 아직 치유되지 않은 채로 21세기 벽두 현재까지 지속되는 형국이다.

흑백논리의 사고방식이 크게 자라나 의식세계가 경직되었으며, 상대방과의 타협과 대화 자체를 죄악시하는 분위기 또한 고착되어 있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 결과 중도적인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 정치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된 이념적 세력 간에 서로 바통터치하면서 국가비전이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자기편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장하기 위한 집권투쟁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문헌을 통해서 조선말기에는 무능하고 비전 없는 개화파와 비개화파의 갈등의 나락에서 나라를 잃었고, 일제말기 내지 해방정국 전후에는 좌우대립과 갈등으로 분단의 역사를 자초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개과천선하기보다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좌우이념갈등 속에서 선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허우적대는 현 정치권이 마냥 아쉬울 뿐이다. 조만간 삼촌 찾아뵙고 모슬포 항에 가서자리회·물회대접해 드리면서 한국전쟁 이야기를 남김없이 다 듣고 싶다. 살아생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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