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배창아 선생 아들
배광원·배광흠씨 남다른 감회
“부친 음악 사랑하고 자상한 분”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오전 10시 학생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포상이 진행됐다. 그중 애월읍 하귀리 출신의 故 배창아 선생(1914~1948)에게 건국포상이 수여돼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대신해 수훈식에 참여한 배광원(82), 배광흠(72)씨를 만나 부친의 수훈 소감을 들어봤다.

15일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故 배창아 선생에게 건국포상이 수여됐다. 고인이 되시 아버지를 대신해 수훈식에 참여한 배광원(왼쪽 두번째), 배광흠(왼쪽 네번째)

이들은 “74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아버지의 유공에 대한 인정과 포상을 받았다. 우리 세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면서 수훈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당시 10대였던 배광원씨는 이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아버지는 음악을 사랑하시고 아주 자상한 분이셨지”라며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어. 아버지가 만든 연이 유난히 잘 날아서 어린 나이에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참 좋았어”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어머니 또한 아버지 못지않게 강인하면서도 자녀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분이셨다며 기억을 털어놨다. 광원씨는 “아버지가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루시고 일본으로 다시 넘어왔는데 거기까지 일본 순사가 찾아오자 어머니가 그들을 향해 호통을 치셨다”며 “그러면서 어머니께선 한문에 능통하셔서 어릴 적부터 글을 배웠고 사랑을 많이 받았다”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췄다. 배창아 선생은 일제에 항거하면서도 가정에서는 따뜻하게 가족을 품는 이상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줬으며 그의 아내 또한 묵묵히 남편의 뜻을 지지하고 내조하며 홀로 형제를 키워낸 훌륭한 어머니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건국포상을 받은 故 배창아 선생의 자녀와 가족들

제주에는 아직도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유족들이 살고 있다. 일제에 대항하며 귀한 목숨을 바쳐온 그들의 희생과 자주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숨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발굴과 조명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에 건국포상을 받은 故 배창아 선생은 1933년 일본 오사카 일본노동조합전국협의회 활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뤘으며 이듬해인 1934년 8월 북제주에서 김홍규 등과 야학을 설립했다. 같은해 12월 강문일, 박영순 등과 함께 공동전선 결성을 위한 협의회를 개최, 교육강연회를 조직하고 생도연설회를 개최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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