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탐사보도 등 재편성·특집방송 채비

국내 범죄 사상 최악 미제사건으로 영화,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 단골 에피소드였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드러나면서 방송가도 이를 일제히 주목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는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런 만큼 각 방송사는 특집과 재방송 편성 등을 논의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하면 가장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다.

연극 '날 보러 와요'(1996년 초연)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80년대의 수사 환경은 물론 그 시대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 완성도를 인정받은 것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함으로써 봉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남았다.

전날 용의자를 찾았다는 뉴스가 전해진 직후에도 "용의자가 '살인의 추억'을 봤을까", "마지막에 송강호가 화면을 응시하는 장면을 봤을까"라는 온라인 댓글이 줄이었을 정도이다.

이외에도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2012) 역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명이 살해당한 에피소드를 다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연상케 한다.

드라마에서는 MBC TV '수사반장'(1971~1989)이 마지막 회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결혼 사기 피해자가 사건 관련자나 다른 여자들을 살해하는 내용으로 실제 사건과는 거리가 있지만, 여러 요소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젊은 세대에 가장 익숙한 작품은 역시 tvN '시그널'(2016)이다.

'시그널' 속 주요 에피소드였던 경기 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뿌리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다. 이 에피소드는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차수현(김혜수)의 관계를 끈끈하게 하는 장치도 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장르극 명가로 꼽히는 OCN의 '터널'(2017), '라이프 온 마스'(2018)와 tvN '갑동이'(2014)에서도 주요 에피소드로 다뤘다.

시사교양 프로 중에서는 국내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가 800회 특집(2011년 5월 7일 방영)에서 '사라진 악마를 찾아서'라는 부제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바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드디어 유력 용의자 특정! 화성연쇄살인사건 | 그알 캐비닛'이라는 영상을 올려 두 달 만에 조회 수 100만뷰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도 2016년 9월 같은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범인 DNA 감정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몽타주를 공개했다. 이 밖에도 KBS 1TV '추적 60분' 등 여러 프로그램이 같은 사건을 다뤘다.

방송사들은 이미 방영된 수많은 작품과 프로그램을 토대로 특집 방송이나 재방송 편성 등에 착수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전날 밤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20여 년에 걸친 취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특집 방송 등을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른 방송사들도 간판 뉴스뿐만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다각도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기 위한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O tvN을 통해 오는 20일 오전 10시부터 드라마 '시그널' 13~16회를 연속으로 방송한다.

OCN은 20일 0시 20분, 채널CGV는 21일 오후 4시 30분에 '살인의 추억'을 발 빠르게 편성했다. 이외에도 슈퍼액션 등 여러 영화·드라마 채널들이 관련 작품 편성을 준비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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