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제주도를 이어 준 장어, 이름걸고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바다 장어(붕장어)를 통해 배움의 힘을 깨달았고, 장어를 가지고 육지와 제주도를 이어주며 도민들에게 장어의 맛과 영양을 전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제주도가 고향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장어의 맛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는 그다.
제주도가 고향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장어의 맛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는 그다.

지난 2004년 제주도로 내려와 15년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지영(51) 대표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일찍부터 동해안 바닷가에서 배를 타는 할아버지와 잠수부일을 하던 아버지 손에 이끌려 거친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치열한 현장을 봐왔다.

"가족이 횟집을 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회칼을 잡아봤습니다. 또 아버지의 잠수일로 동해안 삼척부터 강원도 거진항까지 초등학교 2번, 중학교 2번 등 잦은 이사에도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하며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박 대표는 학창시절 읽었던 <자기암시>라는 책을 통해 더욱 사람의 삶에 대해 탐구했고 불야성 같이 해수욕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여름 한철 지나자 한순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감수성 깊게 글로 표현해서 선생님께 칭찬 받기도 했다.

"제주도로 내려올 때는 많은 일들을 겪고 힘들 때였습니다. 외삼촌이 제주에 살고 있었고 먼저 내려온 어머님을 따라 오게 되면서 '왕대포'라는 작은 포장마차가 시작이었습니다. 제주 흑돼지를 깔아 넣은 돼지파전에 막걸리로 도민의 입맛을 하나씩 잡아나가면서 전어구이 등으로 크게 인기를 끌어갔습니다."

이런 좋은 시절도 잠시 뿐, 대부분 무허가 포장마차였던 때라 결국 박 대표는 접고 정식 가게를 오픈하게 된다.

"제주도민들은 육지에 있는 것들을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장어를 찾는 손님이 계속 늘어갔습니다. 장어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입맛 까다로운 제주도민들이 찾자 본격적으로 장어를 구하고 요리법을 공부하게 됩니다. 매일매일 저녁 일을 마치고 인터넷 PC방을 찾아 장어 맛 집과 장어유통 등 장어에 관련된 블러그와 사이트를 찾아 공부하면서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정도로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노량진 시장의 수산물 동향 및 각종 장어요리 등 인터넷 서핑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다시피 하며 손님들에게 장어요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주도에서 장어를 전문적으로 잡는 선박도 없어 원활한 공급이 되지 않아 한달 중 반은 문을 닫아야했습니다. "

손님들이 장어를 찾는데 재료가 없어 못 내올 때는 미처 버리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박 대표.

"제주가 어렵다면 육지에서 구해보자는 심정으로 명절연휴를 이용해 쉴 때 광주와 여수, 완도 등 장어를 찾아 맛 기행 겸 장어 구하기 전국 일주에 나서게 됩니다. 막상 공급지를 찾았을 때는 운반차와 꾸준히 팔 수 있는 물량이 되지 않아 헛일로 돌아가게 되더라구요. 다행히 한림과 서귀포에서 장어공급자를 만나 운좋게 1년 동안 장어공급을 받으면서 1톤 트럭을 장만해서 소비물량을 확보하자 비로소 육지와도 잘 이야기되어 제주에 장어를 가져오는데 안정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공급이 안정되자 질 좋은 장어를 선별해서 가져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그 때처럼 웃는 그다.

"'손님들이 살진 것 주세요'라고 말하면 '튼실하고 굶은 놈'을 달라는 것입니다. 제주에서 장어로 유명세가 높아지자 별에별 사람들이 기술 및 사업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찾아옵니다. 그 때 나쁜 사람도 많았는데 순진하게 일하다 보니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왕대포 아나고', '장어통일' 등이 장대표가 만들었던 상호명이다. 그의 가게에는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들이 한 공간을 차지한다.

"마음고생을 하면서 저의 목표는 장어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 때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사진을 보면서 삶의 성숙과 때로는 반성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장어 맛으로 손님들이 행복해지는 곳, 손님 회전율을 높여서 수익을 내는 음식점이 아니라 한창 오래 머물다 가는 곳이 지금의 제주장어다.

전국의 미식가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 찾아와서 맛을 보면 모두가 일반인이 되어 버린단다. 이유는 일반 손님처럼 맛있다고 한다는 것.

결국 자기이름을 건다는 것은 '특별함을 평범함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하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숙함을 추구하는 인간 삶이니라.

박 대표는 "장어를 통해 배움을 알고 육지와 제주도를 이어주며 제주도민에게 장어의 맛과 영양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장어를 통해 배움을 알고 육지와 제주도를 이어주며 제주도민에게 장어의 맛과 영양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가끔 손님 중에는 제주도에서 장어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시는 분이 사시사철 장어요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말합니다. 육지에서 왔고 육지를 탐험했기에 제주도로 가져올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제주도민에게 장어의 진정한 맛과 영양을 전할 수 있어 진정코 기쁘다고 말씀드립니다."

한우물만 팠던 것이 벌써 15년이 되었다.

"예약을 하는 손님에게 가장먼저 식사자리의 목적을 묻습니다. 손님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서 훌륭한 식사자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지난번에는 부모님 생신자리라고 해서'아빠의 청춘'노래도 불렀습니다. 하하"

미소 짓던 그도 최근 제주경제와 서민경제가 어렵고 특히 김영란법과 인건비 및 제주땅값 상승과 태풍피해로 보름째 3배 오른 쪽파와 얼갈이 배추 등농산물 등을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처절한 마음은 동병상련입니다. 음식점에 주류와 공산품, 식자재를 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문 닫는 집이 수두룩하다고 말합니다. 본인들이 못해서 어려워진 것이 아닙니다. 이번 추석명절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서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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