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탱고를 말하면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가 아름다운 여인과 춤을 추는 장면이 연상되곤 한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이 장면이 관객들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각인되는 이유는 아마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강렬한 탱고음악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탱고의 짙은 매력에 빠져 하나로 뭉친 실력파 그룹 ‘시나이림’을 만나 그들만의 탱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9일 제주의 한 카페에서 탱고 그룹  '시나이림'의 공연이 펼쳐졌다. 

악기와 연주자는 닮아간다는 말처럼 ‘악마의 악기’이자 ‘탱고의 영혼’이라 불리는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이들은 별난 사람이 아닐까라는 기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반도네오니스트 임시내씨는 생기가 넘치면서도 공연에 앞서 조금은 긴장돼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왔다. 

“반도네온을 구하려고 아르헨티나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녔어요”
치안이 위험하기로 소문난 남미지역에서 고가의 악기를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자칫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그녀는 제대로 된 반도네온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아르헨티나 시골마을까지 악기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그녀는 “2차세계대전 이후 반도네온의 음색이 미세하게 달라졌고 그래서 오래된 반도네온을 구하려고 혼자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건너갔죠. 꽤 고생했지만 운이 좋게도 1931년에 제작된 악기를 구했어요”라며 90여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자신의 반도네온을 가리켰다. 

반도네온은 연주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 세계적으로도 연주자가 무척 희소한 편이다. 독일에서 교회음악 연주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뒤 그들의 영혼과도 같은 탱고음악을 연주하는 악기가 됐다.  

임시내씨가 아르헨티나에서 어렵게 구한 반도네온으로 1931년에 제작됐다. 

임시내씨는 반도네온을 마스터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오랫동안 수련을 받았고 현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다가 올해 초 입국했다. 한국에서도 연주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탱고음색에 맞는 피아노 연주자를 구하기 어려워 유튜브 영상을 뒤지기 시작했고 수많은 영상 중에서 오은철씨가 연주한 리베르탱고를 보고 그에게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슬럼프에 빠졌던 은철씨는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보기 드문 반도네오니스트가 제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자체가 무척 놀랍고 기뻤어요. 작곡이 전공이라 피아노를 접을 생각을 했는데 다시 한번 건반을 만질 수 있게 됐다”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이들은 처음 만나자마자 단 한번의 합주를 통해 말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눴고 현재까지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씨는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탱고만의 깊은 매력에 빠져 새로운 주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는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해왔지만 탱고 고유의 주법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치차라’는 스페인어로 매미라는 뜻이고 ‘라띠고’는 채찍, ‘땀보리’는 북소리를 흉내 내는 소리에요. 이 소리들이 탱고음악 특유의 강렬함을 더욱 부각시키죠”라고 설명했다. 윤종수씨는 현재 또 다른 탱고밴드 ‘고상지밴드’와 컨트리밴드 ‘컨트리공방’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어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장르에 따라 악기의 음색이 달라지는 고난이도의 스킬이 그에게는 겉옷을 갈아입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지난 19일 제주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시나이림 공연에 탱고가수 미나씨가 객원멤버로 참여해 공연의 풍성함을 더했다.  

한편 지난 주 19일 제주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이들의 공연에는 특별히 탱고가수 미나씨가 객원멤버로 참여해 공연의 풍성함을 더했다. 탱고 춤을 배우러 갔던 아르헨티나에서 탱고음악에 빠져 탱고가수가 돼서 돌아온 그녀는 능숙하게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남미 특유의 자유로움과 풍성한 감정을 표현해냈고 단번에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낯선 음악이지만 아주 좋았다. 마치 내가 탱고를 추는 것처럼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시나이림 밴드는 마치 낯선 땅으로 건너와 아르헨티나인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반도네온처럼 낯선 음악으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리고 함께 호흡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그룹이었다. 앞으로 이들의 왕성한 음악활동을 더욱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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