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야구선수 꿈 접은 고수한 학생이 제주고 야구부 지키기에 앞장선 이유

앞으로 제주도에서 태어나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은 미성년자일 때 제주도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제주도내 유일한 고교 야구팀인 제주고등학교(이하 제주고)가 해체선언을 하면서 제주가 영원한 야구 불모지로 전략할 위기에 놓였다.

부상으로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제주고 2학년 고수한 학생은 "어린친구들의 희망을 지켜주고싶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제주고 2학년 고수한 학생은 "어린친구들의 희망을 지켜주고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야구 재미에 빠져 운동장을 누벼야합니다. 그런데 애들이 '야구부가 없어지면 어디서 야구를 해야 되냐'고 물어봅니다. 정말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도와주세요."

26일 만난 제주고 2학년 고수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저는 지난해까지 제주고 1학년 야구선수였습니다. 부상을 당해 야구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제주남초 야구부 학생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등친구가 제주도에서 자신의 꿈을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것을 보고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나서게 됐습니다."

고용철 신임 교장은 9월 초 선수 수급 및 단체합숙에서 발생하는 책임 소재 등의 문제로 해체선언을 했다. 이에 고수한 학생은 야구부 학생들과 함께 제주고 500명 친구들에게 '야구부 폐지 반대' 서명을 받으며 제주고 야구부를 지키는데 앞장섰다.
     
"'제주고 야구부가 없어지는 날은 없을 것'이라고 어린 친구들에게 말해줬습니다. 저는 야구선수가 못 되지만, 야구선수의 꿈을 꾸는 어린 친구들의 희망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제주남초 야구부 친구들도 찾아주세요."

교장실을 찾아 고용철 제주고 교장에게 학생들의 입장을 전하는 고수한 학생.
교장실을 찾아 고용철 제주고 교장에게 학생들의 입장을 전하는 고수한 학생.

현재 제주도 내 야구부 학교가 있는 곳은 신광초, 제주남초, 제일중 그리고 제주고가 전부다.

제주고 고용철 교장은 26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아이들이 진지하게 찾아와 이야기했다"며 "우리 재학생들의 눈망울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나또한 누구보다 운동의 중요성을 안다"며 야구부가 유지되는 전제조건으로 "제주에서 야구를 하는 학생이 최소 50% 정도가 앞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숙이나 자취 등 불법 합숙은 안 되며 전학할 때 위장전입도 일체하면 안 된다고 학부모님들에게 약속 받았다. 10월 1일 도교육청에서 문구정리를 통해 다시 논의해서 서명을 받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구부 지도자가 별도 수당을 받으면 그것 또한 운동부 비리이기 때문에 절대 안된다며 최종적으로 내달 1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전 11시 간담회가 열리기 전 고용철 제주고 교장이 고수한 학생에게 향후 일정들을 설명하고 있다.
오전 11시 간담회가 열리기 전 고용철 제주고 교장이 고수한 학생에게 향후 일정들을 설명하고 있다.
오전 11시 제주고 야구부 해체문제를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고 교장실
오전 11시 제주고 야구부 해체문제를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고 교장실
야구부 해체를 막기위해 간담회장과 그 주변에서 관심깊게 지켜보는 제주고학생들
야구부 해체를 막기위해 서명도 하고 간담회장 주변에서 관심깊게 지켜보는 있는 제주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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