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하질 못하다. 삿대질과 고성, 야유, 막말, 조롱이 아무렇지도 않게 연출되고 있고 또 그렇게 해야 의무를 다하는 것인 양, 의정활동을 잘 하는 것인 양 우쭐대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을 살피라는 ‘국민대표회의’ 본회의장 모습이 실망을 넘어 절망스럽다.

지난 1일 열린 이번 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ㅌ장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주호영 의원은 질문 시작부터 조국 장관을 ‘조국씨’라고 불렀다. 주 의원은 “조국씨를 법무부 장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의 없는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질문 시작을 그렇게 한 것이다.

또 박명재 의원은 우선 조 장관을 단상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한 채 앉은 자리에서 국민과 함께 질문을 들어달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어 조 장관을 ‘정중’하게 대하겠다며 ‘귀하’라는 호칭을 사용해 질문을 했다. 이런 말들이 오고가는 사이 의석에서는 여야간 고성과 야유가 난무하는 등 국민의 대의기관이 저잣거리 싸움판으로 변했다.

‘씨’나 ‘귀하’라는 말은 물론 상대방 혹은 듣는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는 2인칭 대명사다. 한편으로 이 말은 그러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면서 높여 주는 척쓰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듣는 사람이 모멸감을 느끼거나 수치심을 가질 수 있는 용어다. 국회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장삼이사들이 아무나 들어 와서 서로를 ‘김씨’ ‘이씨’ ‘박씨’하면서 내키는 대로 목청을 높이는 곳은 아니다.

역지사지해 보자. 조 장관이 주 의원을 ‘주씨’라고 부르고 박 의원에게 “귀하가 질문한---”이라고 운운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되겠는가. 그 결과는 보나 마나일 것이다. 대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는 그래서 품격과 법도, 예의와 금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 대정부질문이라는 것도 그렇다. 국무위원 불러다 망신주고 조롱하라고 마련한 자리는 아니지 않는가. 누구누구를 편들자는 것이 아니다. 할 말은 하면서도 인내를 보여 준 이낙연 총리가 차라리 돋보였다. 절제된 감정과 언어로 야당의원들을 예우했다. 총리라고 감정을 싣고 싶은 말이 없었겠는가. 제발 싸울 땐 싸우더라도 품위를잃지 않기를 정치권에 바란다.

우리 국민이 여의도 의사당에 실망한지는 이미 오래다. 민생관련 법안이 산더미 같아도 정치싸움 이외엔 남의 일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지만 지지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데 서로 옳다고, 너도나도 국민편이라고 우기면서 많이들 지겨워하는 그 얼굴들을 매일 TV화면에 들이밀고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무노동 무임금’도 노동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간 국회 무용론이 나오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이미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네거리에는 주말마다 수백만 인파가 몰려 ‘대의’ 아닌 ‘직접’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민주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특권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생계형’ 평생직업이 돼버린 의원 보수체계를 바꿔 세비를 확 깎아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절망감 속에 내놓는 지적들이다.

우리는 여기서 국회 개혁론까지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권도 좋고 ‘생계형’도 좋다. 국민대표회의가 우선 최소한의 품격과 의무를 지키라는 것이다. 나라 체면, 국민들 체면도 좀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세금 내는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같아서다.제발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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