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청렴한가.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공직생활 경력이 짧은 탓에 아직 청렴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 위로하며 결론지어버렸다.

공직에는 사회 구성원에게 득과 실을 가져다주는 크고 작은 권한이 부여돼 있기 때문에 언젠가 청렴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때의 나는 제대로 부패에 맞설 수 있을까

처음부터 부패를 작심하고 공직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 생활이 어느 정도 경과하면서 안팎으로 여러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업무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게 되며, 세상은 혼자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면서 차츰 부패 유혹에 피치 못하게 자신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생겨난다.

언젠가 마주하게 될 일이라면 맞설 준비를 하면 될 일이다. 임용되던 해에 청렴은 공직자의 스펙(Spec)이며 스펙을 쌓는 과정은 청렴한 공직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라는 요지의 기고를 쓴 적이 있다. 부끄럽지만 그간 나는 스펙을 쌓으려 하지 않았다. 매일 청렴을 강조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받아드리고, 이수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청렴교육을 들으며 청렴을 특별한 것이 아닌 그저 잔소리 정도로 느꼈다. 마치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너무나도 당연한 잔소리처럼 말이다.

청렴한가에 대한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 것에 변명하면서도 그동안 잔소리로 느꼈던 것에 부끄러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우리 공직사회에서는 청탁금지법과 같은 전문적인 청렴 관련법 교육과 공직자의 청렴 의식을 고취하는 제도 등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하고 있다. 부패에 맞설 준비를 할 환경은 이미 충분히 조성되어 있으니, 잔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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