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 지속 가능성과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강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의 핵심은 권한을 주니까 알아서 해봐라. 매회 3500억 정도의 교부금을 줄 테니 시범과 실험을 통해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맞게 그려 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안 합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에 이어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엔진을 달아줬는데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송재호 위원장은 "제주도 공무원들이 중앙정부와 교섭하지 않는다"며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주계정을 없앨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호 위원장은 "제주도 공무원들이 중앙정부와 교섭하지 않는다"며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주계정을 없앨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호 위원장은 25일 오후 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2019 사회적 자본 증진을 위한 찾아가는 교양여행 제주국제협의회 10차 한라포럼, 제주의 지속 가능성과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에서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손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중앙정부 권한을 2500건 부여했습니다. 600건 정도인 다른 시에 비해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포괄적 보조를 해라. 왕창 줘봐라'라고 해서 3.2% 교부금 당시 엄청난 3200억 정도가 제주계정 회계비로 제주도지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노 대통령의 취지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실험해서 잘되면 전파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송 위원장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제주도가 (사업 등 예산지원 등을) 기재부에 올린 게 지난 13년 동안 '도두 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말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법적 요건이 첫 번째가 '국가계획에 반영되어 있을 것', 두 번째가 '국무회의의결을 거칠 것'인데 제주도가 그동안 국가계획에 반영된 (예산 신청 등) 사업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송 위원장은 제주계정을 없애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사실 매우 슬픕니다. 삶을 많이 생각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위원장으로서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제주는 제주만의 질서가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왜 이럴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제주도 공무원들은 아무도 중앙부처와 교섭을 안 합니다.

중앙부처에 가지 않고 제주 (균형발전사업) 계획에도 국가반영이 제로입니다. 그동안 정부 예산도 2배가 늘었고 우리 (제주) 계정도 2배인 7000억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 (3500억)도 다 못 사용해서 기재부에 불용액으로 반납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행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의 제주도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난 15년간 한 건도 없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제주계정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착잡한 마음을 애써 달랬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종과 제주는 취지를 살리라고 하십니다. 세종은 진짜 수도로 갈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제주도는 제주도의 모든 상황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가 안 하는 것입니다. 지난 13년, 민선했는데 우리끼리 잘해보자 공약하고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뭘 했습니까?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싸우기만 했습니다."

그는 제주도만의 공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제주가 참 슬픕니다. 20세기 지난 100년을 생각하면 참 많이도 당했습니다. 늘 시장경제에, 육지에 밀렸고 제주인은 져왔습니다. 이해합니다. 아프죠. 저도 졌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저를 보고 '왜 그렇게 사냐' 하실 겁니다. 근데 그게 저만의 서러움일까요? 제주인은 다 비슷합니다.

송 위원장은 공항건설과 관련해 "통신과 교통은 뚫려야 한다"며 "기존 공항을 확장하면 좋겠는데 밖으로 가는 것을 반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공항건설과 관련해 "통신과 교통은 뚫려야 한다"며 "기존 공항을 확장하면 좋겠는데 밖으로 가는 것을 반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오형석

그렇다고 옛날이 좋으니 토지 조사해서 30% 이상을 절대농지로 선포하고 농지경작 못 하게 쫓아내고 토지를 수호하자는 특별법으로 문을 걸어 잠글까요? 우리는 제주에서 태어나서 제주에서 자라고 제주에서 학교 다니고 제주에서 대학 나와 제주에서 일하지만 제주에서 죽어가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원 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당연히 이어졌다.

"제주도는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도의원들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8개 시장·군수를 뽑고 제주 미래를 이야기하면 되는데 자체 본뜻을 살리자고 지사한테 위임한 것인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의심하지 않았다.

"저는 믿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제주도가 대단합니다. 한번 합의하면 못 말리는 사람들이 제주도민입니다. 저는 제주도민을 믿습니다. 제주 역시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싱가포르도 제주도에 모든 것을 전수해 주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지혜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한라포럼  회원들과 기념사진 ⓒ 오형석
한라포럼 회원들과 기념사진 ⓒ 오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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